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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일 수도 있겠지만...


BY 둘째 2000-09-21

전 결혼 5년차, 아직 아가는 없는... 직장여성입니다.
결혼하고 시댁 식구들과 사소한 갈등은 있었지만...
워낙 자기 주장과 고집이 강한 성격에...
맘 약한 시엄니가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라고 다 받아 주셔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요.
순진하고 착한 울 시엄니... 절 막내딸로 생각하십니다.
"야, 이거 치워라!" 하시면... 그건 남편에게 하시는 말씀이지 절대 저에게 시키지 않으십니다.
남편은 2남 2녀 중 막내입니다.

아주버님은 저와 12살 차이가 나죠. 44살.
그 나이 되도록 연애도 결혼도 못한 가엾은 사람이었죠.
근데 짚신도 짝이 있다고 드뎌 여자를 사귀었답니다.
44살... 이혼녀... 좀 못생기고... 목소리 크고...
아무려면 어때요? 둘만 좋다면... 행복하다면...
그래서 저에게도 형님이 생겼습니다.

그녀... 목소리는 크지만 집안일은 잘 하는 여자입니다.
때맞춰 시부모님이 건강이 안 좋아지시자... 아침저녁으로 들러 식사 준비에 청소까지...
울 시엄니 입원하시자... 자기 혼자 다 한다며 다른 사람 접근도 못하게 합니다... 사실 전 그것도 기분 나쁩니다. 직장생활 한다고 됐다고 하지만... 나도 조금은 해야 되잖아요... 기회를 안 줍니다... 제가 웃기는 건가요?

이번 명절을 함께 치뤘죠. 추석...
혼자 다 하더군요. 장 보고, 음식 만들고...
그녀가 없을 적에는 시엄니가 다 하시구.. 전 보조 했었답니다.
근데... 이젠 그녀가 다 합니다.
정말 고맙고 복덩어리 같은 그녀인데... 그래도 전 옛날이 그립답니다... 제가 진짜 나쁘죠?

내겐 동서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원래 저는 명절 오후면 친정엘 갑니다.
근데 추석 전날 그녀가 부엌에서 큰 목소리로 저에게 말하더군요.
"동서어~ 친정에 언제 가아?"
저는 내일 오후에 간다 그랬죠. 그러자 "왜 그렇게 일찍 가는데?" 하는 것입니다. 전 원래 그렇게 간다고 했죠.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화통같은 목소리로... "원래 그런게 어딨어? 시집왔으면 시댁에서 가랄 때 가는 거지!"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울 시엄니도 내게 그런 말 한 적이 없는데...

그녀는 막내딸 노릇하던 저랑은 넘 비교됩니다.
물론 시부모님은 여전히 절 예뻐하시는 듯 하지만...
그녀가 너무 신경 쓰입니다.

또 하나...
아주버님... 이젠 날 동생처럼 여기지 않습니다.
나 때문에 그녀가 더 힘들다고 생각되는지... 아님 그녀가 나에 대해 불평을 하는지...
(그녀는 뒷말이 많은 스탈입니다. 내 앞에서두 시누이들 흉을 엄청... 시누이들에 대해 얼마나 안다구...)
눈도 흘기고... 그 역시 친정에 왜 일찍 가냐는 둥 눈을 흘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불쌍한 노총각 이제사 행복을 찾은 걸루 고마워해야 할 그녀이지만... 그래도 난 뭔가 껄끄럽습니다. 뭔가 자꾸 속이 상합니다.

머... 내가 참고... 무신경하게 지내는 수밖에 없지만..
이런 것쯤은 고민거리 축에도 못들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이 생각 뿐이랍니다.
그래도 저 좀 위로해 주시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