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0일 나는 첫아이로 이쁜 딸아이를 낳았다......
난 사실 아들을 낳고 싶었다.
왜냐하면 남편에게는 이미 딸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부인과 같이 살고 있는 남편의 딸...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그리고 또 딸이라고 생각되었을때 그리고 지금까지 줄곧 내내 마음 한 구석에 남편의 딸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떠나질 않았다.
남편은 우리 아이를 그 애만큼 이뻐할까?
죽을 것 같던 입덧과 무거운 몸으로 매일 서울까지 전철타고 버스타고 출퇴근할 때는 그저 건강한 아이만 낳으면 모든 게 다 잘 될 것 같기도 했는데......
남편은 말했다.
그 아이를 잊었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아직도 그 아이를 많이 사랑한다고...
평생 그럴 거라고...
하지만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라고...
나를 사랑하고 우리 아이를 사랑한다고.....
자신이 그 아이에 대해 마음속에 접어두고 사는데
왜 일부러 들추어 내느냐고...
우리 아이를 보면서 그 아이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남편은 우리 아이 이름을 그 아이 이름으로 불러 나를 놀라게 했고, 얼마전에 새로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비번으로 그 아이의 생년월일을 쓰고 있다.
나는 지금 덩그라니 혼자 남겨진 기분이다.
처음 아이를 기르느라 매일매일 정신도 없고, 잠도 잘 못 자고, 이것저것 들춰보면 아이에게 해줘야 할 것도 많은데 그러면서도 뭘 해야할지 모르겠고, 자신도 없고, 무책임하게 아이만 낳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거울속에 비친 거친 얼굴에 그냥 동여맨 머리 망가진 몸매의 내 모습도 보기 싫고
아이는 알아서 키워주시겠다던 시어머니에게는 한달에 최소 40만원을 줘야 키워줄까 말까 하는 형편이고 거기다가 아이 분유값과 기저귀값을 더하면 거의 60만원의 돈이 들텐데 갑자기 한달에 60만원이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키운다 안키운다 말도 없으니 얼마후면 출근해야 할 나로서는 가슴이 답답해서 밤에 잠도 못 잔다.
출산할 때 병원비도 친정에서 대주고, 퇴원하고 산후조리원 비용 150만원도 친정에서 대주고 거기다대고 차마 아이까지 맡아달라는 소리는 못하겠다.
하긴 결혼할때부터 그랬다. 시댁에서는 신혼집 얻을 때조차도 땡전한푼 보태지 않았다. 언제나 뭔가를 해줘야 하는 건 우리쪽이었다.
그런 반면에 친정에서는 뭐든지 나에게 못해줘서 안달이었다.
하나뿐인 딸 내키지 않는 곳에 시집보내고 혹시나 해서 언제나 걱정하시는 분들....
내가 이렇게 살려고 결혼했던가!
좀 주의해서 우리 아이이름이랑 그 아이이름이랑 혼동하지 말지...
- 그랬다면 내 가슴이 그렇게 무너지지는 않았을텐데
퇴근하면 컴이랑만 놀지 말고 다른 사람이랑 채팅할 시간에 나랑 대화좀 하고 그러지...
- 그랬다면 내 스트레스도 좀 덜할텐데
차라리 아이 키워준다는 소리 하지도 말지...
- 그랬다면 출산하기 전에 벌써 아이 돌봐줄 사람 구했을텐데
그랬더라면 내가 한밤에 깨어 아이 우유주면서 그렇게 펑펑 울지는 않았을텐데, 친구랑 전화하면서 그렇게 눈물 뚝뚝 흘리면서 얘기하지는 않았을텐데, 친정에 전화할때마다 목이 메이지는 않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