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금으로 백만원이 넘게 나왔는데,
울 신랑 명세서를 안가져오는거다.
아무리 할부를 많이 끊어놨다지만 이렇게
나올리는 없어서 닥달했다.
그런데, 명세서를 잊어버렸다는거다.
패밀리카드여서 컴으로도 명세서를 볼수가 없기에
그럼, 다시 팩스로 받아서 가져오라고 했더니
어제 드뎌 가지구 왔다.
근데 460,000이라는 돈이 일시불로 딱 끊겨있는거다.
뭐냐고 그랬더니 자기도 모른다면서
나보고 뭐 쓴거 있냐고 도리어 묻는다.
깜박깜박 증세 심한 나지만 이런 큰돈을 할부도 아니고
일시불로 끊어놓고 잊어버릴 내가 아니기에
자기가 술먹고 끊은거 아니냐고 했더니 모르겠단다.
카드가맹정 이름을 보아하니 단란주점이나 룸싸롱이
분명해서 다시물어보니 전에 친구하나랑 먹고
끊은거 같다고... 그제서야 그런다.
그러면서 술값의 반은 그 친구한테 받아서 갖다주겠다는데.
그 순간, 나 너무 분해서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쇼를 한거지 뭔가.
카드대금이 신랑회사로 날아와서 요 몇달간
명세서를 보자고 않했더니만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줄 알고 그런거다.
근데 이런 울신랑, 자기가 잘못했으면 용서라도 구해야지
오히려 더 큰소리다.
다음달도 이렇게 끊어놓은 술값이 또 있다면서.
나보고 돈에 환장한 사람이라고, 자기가 도둑질을
해서라도 그 술값 다 나한테 줄테니까 걱정말라고
삿대질까지 한다.
너무 분하고 속상해.
월급 1,300,000만원으로 우리 세 식구가 사는데
우리 신랑 너무 돈에 대한 개념이 없다.
난 적어도 빚은 안지고 살고 싶은데, 빚을 져서라도
술 마시고 자기 하고 싶은 스키를 일주일에 한번은
꼭 타러가면서 나한테 이래도 되는걸까...
나보고 돈에 환장했다니... 집에 가득가득 돈 쌓아놓고
있는것도 아닌데, 무덤갈때 돈 짊어지고 갈꺼냐구,
말 되는 소리를 해야지.
가슴이 턱 막혀서 무작정 파카하나 들고 집을 나왔는데(어제 저녁)
날은 너무 춥고 이 아파트촌에서 어디 갈데도 없고 해서
계단만 수없이 오르락 내리락 거리다가, 울 아가도
걱정되고 해서 다시 집으로 들어갔더니만,
왜 도로 왔냐구 비꼬는 울 신랑.
바보같이 대들고 싸우지도 못하고 꺼이꺼이 울기만 했다.
나 정말 바보같아.
처음으로 신랑한테 "이년아"라는 말까지 듣고서
이렇게 맥놓고 앉아있는 내가 너무 싫다.
이런 기분으로 울 아가랑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나...
어차피 신랑이 빚을 지나 내가 빚을 지나 똑같은 빚이니까
나도 그냥 확 일이나 저질러 볼까.
그동안 사고 싶었던 울 아가 프뢰벨 테마 동화도 사주고
나 입고 싶은 검정색 무스탕 반코트도 사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나를 알기에
그냥 그냥 속만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