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87

설을 쇠고나니....


BY 인천아지매 2001-01-26

분주한 명절을 보내고 다시 평상의 날을 맞는다.
시댁을 우리집 가끼이 이사시킨 바람에 연거푸 4일을
오가며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하였다.

시댁에 사는 아랫동서는 나이는 많지만
어린 아이가 둘인 관계로 그 아이들 관리에
역시 힘들게 산다.

이런 대명절엔 다른 가족들이 애보기 정도는
도와줘야 하는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모두들 화투에만 전념하고 역시 올해도 고생은
내 차지다.
화투판에 기어드는 어린아이는 동서 차지.
어찌보면 일의 분담이 가장 확실한 가족이기도 하다.

서른일곱살된 시동생 장가 보내고 4년.
동서 들어오면 형수님 고생 덜어 드리겠다며
집안 행사때마다 눈물바람하며 미안해 하더니
자기 아이 봐주어 자기 처가 부침개라도 뒤집어주게 하면
어디가 덫이라도 나는 줄 아나.

화투치는 곳에
기어 갈라하면 얼른 자기 마누라불러 애 데려 가란다.
어머님도 거짓말 안 보태고 연 사흘을 식사, 화장실빼고
화투뿐이시다.
귀여운 손자녀석들 울거나 말거나.
대단한 사람들이다.

다 내 팔자려니하고 차례를 지내고
가까운 동네에 사시는 친정에 갔다.
아들이 없는 울 엄마는 명절이면 더 쓸쓸하시기 때문에.
동서는 친정이 멀고 효자 남편덕에 그나마 가지도 않는다기에
말로만 위로하고 약간의 용돈을 챙겨 주었다.
시누이 둘이 오려면 시간이 걸릴것 같아서.

그런데 친정해 도착해 세배를 드리자마자
시누이가 온다는 연락이 왔다고 빨리 오라는
시어머님의 전화.
동서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말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간다.
똑같은 친정인데 나는 얼른 가서 그들을 대접해야 하다니.

어쩔수없이 착한 며느리인척 하고 살았으니
조용히 되돌아와 융숭한(?) 대접을 했다.

먹고, 화투치고....
간간이 간식에 술.
여전히 늙은 내차지.

나이 어린 시누이들 먹으면서 하는말.
"언니, 작은 언니 들어 왔어도 고생이 많네.
5년만 더 고생해. 그 땐 저 애들도 커서 스스로 놀수 있으니까."

이럴 수가!
5년후면 내 나이 쉰.
모두 그때까지 앉아서만 얻어 먹겠다는 말인가?

내 이 오십견은 5년내에 나을 수는 있을까?
이 놈으 주부 습진은 뿌리 뽑을 수 있을까?
빠개질 듯한 편두통은 왜 이렇게 차도가 없는거야.

일하는 나를 위한 고무장갑 한개도 안사오고
나보다 더 건강하고, 진도모피 입고 빨간 메니큐어에
눈썹 문신한 자기 엄마 보약만 한보따리 사왔네.

동서야,
우린 참으로 불쌍한 여자다그치?
우리끼리라도 의지하며 사이좋게 지내자.
효자 남편과 사는 니도 불쌍하고
못된 며느리라고 쫓겨난 나도 불쌍타.

칠순이 넘으신 분이 신용카드 갖고 다니시며
마음대로 충동구매하시는 습관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고 그 카드값 메꾸는 나는 또 뭐냐?

동서도 어쩔수 없어 내게 말하겠지만
정말 힘들다.
아니 그래도 내가 훨 났구나.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