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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캐들이 미워요....


BY 호순이 2001-01-29

어제는 할머님 제사였습니다
울 큰올캐 아버지,어머니 제사는 딸들이 모셔야된다고 누누이 말하는 스타일이라 한쪽귀로 듣고 흘러버립니다.
우리한테 부모님이지만, 저희들한테도 시아버지,시어머니 자리 아닙니까?
그럼 당연히 며느리가 우선이지, 시집간 딸들이 와서 음식하고 그래야 되는거 아니잖아요. 도와주고 싶어도 늘 그런식으로 말로 내뱉으니, 미워서라도 늦게 도착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도착하니, 올캐 셋 모두 보이질 않는겁니다.
큰올캐는 노래방 가게한다고 출근해 버렸고, 둘째는 전화해 보니 설사에 몸살끼 있어 도저히 못 오겠다고 그러고, 세째는 식당일이 늦게 마쳐 이제야 씻고 들어왔다는 겁니다.(11시 30분경)

설날 전날에도 전 시댁에서 일하면서 오빠들한테 전화상으로도 인사할려고 큰오빠 집에 했더니, 글쎄 세째올캐 혼자서 음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좀 기분이 그렇더라구요. 모두 모여서 준비하고 그러면 좋을텐데 싶더라구요. 물론 잘 사는 집 아니다 보니, 어째 다들 맞벌이 하고 산답니다.
저또한 그렇구요.

어제 오후에 잠시 시내 나가서 세째오빠 아이 옷을 한벌 샀답니다.
올캐 수고한 것이 이뼈보일길래...사실 둘째오빠집에 늦둥이 딸이 있는데도 올캐가 그런식으로 하니, 고모로서 정이 안가더라구요.

그런데 세째가 단단히 삐친 모양이더라구요. 전화해서 아무리 아양을 떨어도 며느리 자리 내놓겠다고 윽박지르는데...듣는 사람 간이 다 떨리데요.
무슨 그런 상스런 소릴 전화로 하는지..

아무튼 큰올캐,둘째가 그렇게 하니 세째도 잘 할려는 마음이 없나봐요.
저 같은면 아무리 형님이 미워도 제 할 도리는 하고, 큰소릴 칠거 같은데.. 설음식 혼자 한번 했다고 완전히...
그리고 저희 친정 제사 음식 뭐 이렇다 할 음식 많이 하지 않거든요.
간소하고 양도 적게 해요. 되도록이면 제사상 음식만 하고, 모여서 먹는거는 회나, 고기종류로 하거든요.

아무튼 둘째도 사정이 있어 설에 음식장만 못했음 어지간 하면 이번 제사는 좀 신경써 줬음 좋겠더니만...
저 사실 이번달 말에 보너스 쬐금 나오는걸루 오빠네 아이들 고3 되니, 사교육비 많이 들어갈 것 같아 등록금 정도는 보태줄려고 했었거든요.
근데 어제 하는거 보고, 완전히 생각이 달리 먹기로 했어요.
제가 막내되도, 제 모자란 생각으로 이리 저리 굴러봐도 도통 올캐들이 이해가 안되네요.
이 사이트에서 친정오면 설겆이 한번 안하는 시누들 밉다고 해서,
이번엔 좀 도와줄려고 했거든요.
(사실 결혼전엔 잘 도와줬는데, 시집가서 실컷 하는데 친정와서는 좀 쉬고 싶어서 안 도와줬거든요. 그리고 올캐가 셋이나 되니 부엌도 비좁고)

아무튼 올해부터 마음 이쁘게 먹고 친정에도 잘해 보려고 했는데,
아예 출가외인으로 신경 딱 끊고 사는게 좋을거 같네요.
진짜로 친정부모 없으니 큰오빠네가 친정되는데 너무들 하는거 같네요.
어젠 제가 제수음식들 올리면서 남편 보기가 민망하더라구요.
참! 큰올캐는 튀김종류와 나물, 탕국 모두 접시에 담아 랩으로 딱딱 씌어놓고 출근했더구만요. 밥 지을 쌀도 한쪽에 챙겨두고요...
혹. 이 글 읽는 분-제가 다 했는줄 오해하실까봐(밥 짓고, 국 데우고, 과일 닦아 제수상에 올린거 밖엔 안했음)

아무튼요 오빠들이랑 나물에 비벼서 한 술떠고 큰올캐 아침에 오면 피곤할까봐 그릇들은 모두 닦아 물기까서 없애서 따로 따로 분리해서 챙겨넣고 오긴 했는데(기특하죠?)

이 아침에 그래도 기분이 찜찜하고 속상한 것은 어쩔수가 없나봐요.
그리고 남편이 부엌으로 와서리 쳐다보던 그 눈빛이 너무 제 맘을 아프게 해요. 제가 돌아오는 길에 마구 올캐들 욕을 했더니(선수쳤죠),
"다들 먹고 살기 힘들어 그런걸 어떻하겠어..."
"그래도 움직이면 다들 반경 1시간내 거리에 살면서 정말 인정머리들 없다. 그치? 제사는 정성인데 진짜 너무들한다"

에쿠 이렇게 털어놔도, 솔직히 엉어리는 풀리지가 않네요.
시간이 지나면 괜잖아질라나...
저 위로좀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