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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중독 남편 정복하기


BY 사다드 2001-01-29

앞에 컴중독 남편때문에 고생하시는 분의 글을 읽고 씁니다.

저희 남편도 컴 중독입니다.

매일 매일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새벽 2시 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지요. 그리고, 아침엔 6시반에 일어나서 한시간동안 컴퓨터 한다음에 출근합니다. 그 기간도 몇달 정도가 아니라.....제가 그를 만난지 6년이 되도록 언제나 매일매일 그렇습니다.

물론 주말엔 더 열심히 하구요~~~

첨엔 열탱이 받아서 마구 잔소리 해대다가...열이 극한에 오른 어느날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와서 컴퓨터 전선을 끊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또 초기엔...모니터를 들고 땅에 패대기를 치려고도 했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뺏어가는 물건인데, 이깟 기백만원이 대수냐??"
하면서 말이죠...

남편이 그거 보구...기겁.....
뭐...당시 남편도 열받아서 제게 크게 화내긴 했지만.....

암튼, 내가 열받으면 요로케 까지 미칠수가 있으니까...앞으로 조심하라는 일종의 경고는 되었지요. 그런 과격한 행동들이 당시는 미친인간 취급을 받을 수 있지만, 내가 그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표현이 됩니다.

남편왈
" 너도 나랑 같이 컴퓨터 하면 될것 아니냐..같이 게임도 하고..그러면 좋잖냐?"
하지만...미쳤습니까? 잘 지내보자고 그사람에 맞춰서 제가 전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때려 잡는 게임이나 하고 앉아 있게...

남편 직업이 웹마스터(홈페이지 관리자) 이기에....컴퓨터와 뗄레야 뗄수도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집에와서 하는건 오로지 오락과 채팅뿐이거든요... (회사에서도 하루종일 컴퓨터 하고..집에서도 계속 컴퓨터 하고...)

채팅도 하루에 삼십분씩 꼭 합니다.

채팅경력도 이미 6년이 넘지만....그렇다고 바람난건 전혀 아니고...채팅은 오락하다가 지치면 합니다.

암튼, 제 경험상....컴중독에 걸린 남편에게 가장 큰 일격이 되는것은......아내가 컴중독에 걸리는 것이더군요.

초기엔 온갖승질 다 부려 봤지만, 나중엔 남편 채팅할때 크게 잔소리 하지 않습니다.
(저도 채팅을 아주 가끔 하는데...할때 바람나서 하는건 아니니까...걍 심심해서...)
남편 채팅할때 잔소리 별로 안한 대신...
제가 한달가량을 컴퓨터와 채팅과 각종 인터넷 동호회에 미쳐서 매일을 뜬눈으로 지샌적이 있습니다.

남편이 오자 마자 제가 먼저 컴에 앉아서.....먼저 앉는 놈이 임자다~ 라는 식으로 밤새 컴퓨터 해댔더니....
옆에서 계속 궁시렁 궁시렁~~~ 남편도 잔소리 할줄 알데여....

그래도
"그간 당신이 컴퓨터 한게 얼만데 이거갖고그러냐. 그리고 이게 다 누구한테 배운건데....그간 당신이 계속 컴퓨터 독점하고 있었으니 이제부턴 한달간 내가 독점하겠다"
라는 식으로~~ 계속 컴퓨터 했죠~

그간 제가 남편한테 했던 소리가 그남자 입에서 고스란히 다 나오더군요. 그 이후엔 자신이 컴퓨터 하는것에 있어서 이전만큼 당당하게 권리 주장하지 못하고...슬슬 제눈치 보면서 합니다.

현재, 전 아컴에만 가끔 들어오는 형편이지만, 이젠 기선제압이 되어서 남편이 컴을 한다는 사실을 하나의 약점으로 잡고 있는 상황이 되었지요.

너무 지나치게 오락하고 있을땐...
"사람이 건강(정신적)하지 못하게...하루왼종일 고철덩어리나 싸안고서 무식한 게임이나 하냐. 사람이면 사람과 대화하는걸 좀더 즐겨보라구.."
라고 말하면...꼬리 ?Y 내립니다.

주말에 컴할때도 내가 부엌에서 부르면 뽀르르 달려나와서 시킨일 하구...눈치보면서 허락받고 오락하구....

대부분 남편들의 컴중독....반년을 못넘기는 일시적인 현상이죠. 다른님들의 남편분들도 그러길 바라지만....
혹여 제 남편과 같이 6년 이상...또는 평생을 컴중독으로 살아갈 남편 같다...싶으시면~ 일단 한번 뽄떼를 보여주세요.

그런데 한가지 상기할 사항은...남편들이 꼭 가정이 싫고 부인이랑 같이 지내는게 재미없어서 컴을 하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아침에 눈도 제대로 못뜬상태에서 컴퓨터 부터 켜는 제 남편같은 사람은 컴없이는 못사는...일종의 밥먹고 똥싸는 일과 같은...그런 필수적인 일이라는것...

전 미운놈 떡하나 더준다는 마음으로....은혜를 베푼다는 심정으로 걍 컴퓨터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남편이 아주 착한일 하나 했을때....
"오늘은 게임 세시간동안 해도 돼!!" 라고 상품을 주지요.

컴퓨터라는 것이 얼마나 가정을 파괴하고 대화를 단절시키는지에 대해서 누누히 설명하고, 이러저러한 방법을 전부 동원한 결과...
요즘은...
"여보, 나 빨래 다 갰는데, 이제 오락해도돼?" 하고 물어본답니다.

어차피 컴중독 걸린거....못고치는것 같습니다. 대신...미안해 할줄 알고 컴퓨터 할수 있도록....정신상태를 바로잡는것이 우선일듯~

사실 저도 엄청난 시간동안 맘고생 하고 현 상황에 도착한 것입니다.
진짜...긴시간동안 눈물로도 호소하고..갖가지 방법 다 동원했던 저 입니다.
지금쯤 갖은 노력을 하고 계실 아줌니들....당장은 변화가 보이지 않더라도...언젠간 축적된 결과가 나타날꺼예요~
그리고 컴퓨터가...남편에게 있어서..악의 없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라고 어느정도 인정하게 된다면, 훨씬 속이 편하실 꺼예요.

컴중독 남편을 갖으신 님들....행운을 빌어요...
모든게 잘될거라고 믿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