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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흉좀 봅니다만 조금 긴 넋두리라 양해바랍니다.


BY 수퍼우먼 2001-01-31

만나서 반갑습니다. 어떤 분의 이야기처럼, 하소연할 데도 없고 친구들한테 얘기하기는 더욱 싫고, 누가 이해를 할까 싶습니다.
전 40대 노땅이지만, 직장에 다니구요, 마음만은 순수하다고 믿습니다. 같은 나이의 남편과 결혼생활 16년을 맞습니다만, 아직도 바뀌지 않는 그 태도에 매일이 괴롭습니다. 성실하지 못한 자세로 인하여 직장생활이든 자기 사업이든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술주사가 심하고, 자만심과 자아 도취에 빠져 있는 한국 남자의 전형이지요. 자기는 술마시고 놀고 나쁜 짓 다해도, 마누라는 살림 잘하고, 애들 잘 키우고, 집안 잘 치우고, 자기가 술마시고 들어오면 술국 대령하고, 언제든지 남편만 하늘처럼 떠받들어야 하고, 중요한 것은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마누라는 날씬하고 섹시한 요부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정말 웃기지요? 자기는 직장생활 1년을 못넘기고, 벌어오는 돈보다 쓰는 돈이 술값으로 더 나가는 주제에....
남들 잘 사는 것은 시샘하는 주제에, 자기는 청빈한 듯이 - 능력없고 헤퍼서 돈을 못 모으는 것을 마누라 탓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말입니다. 이렇게 살면서 왜 같이 사는지 모르겠냐구요.
이혼이 쉬운가요? TV에서 보는 것처럼, 이혼해서 독립할 수만 있다면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밥줄이라고는 알량한 직장밖에 없는데 이혼했다고 하면, 제대로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직은 남들 눈이 두려워 남편흉도 절대로 볼 수 없거든요.
게다가 이 나이에 집도 없어, 애들이랑 어디로 갈 곳도 없고,
무능력한 남편때문에 빚만 진 상태거든요.
무능력한 것이 어디까지나면요, 시댁에서 주기로 한 땅이 있는데, 시댁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는데도, 달라는 소리 못하고 시댁 눈치만 본 지가 벌써 몇년이랍니다. 참다 못해 제가 좋은 소리로 얘기하면, 저만 욕심장이가 되고, 무언가 바라는 거지근성이 있다는 소리만 해서 크게 싸움이 된답니다.
전 스트레스와 홧병으로 당뇨가 다 생겼답니다. 용기없고 바보같은 나...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대화도 되지 않습니다. 어쩌다 보이는 정신차린 모습에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16년을 살았답니다...
또다시 머리가 아파옵니다. 사랑하는 귀여운 두 아이들의 모습만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