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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때문에... ...


BY eunmlee 2001-03-20

토요일 밤에 친정에 갔어요. 하룻밤을 잘때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역시 두끼 이상을 친정에서 먹는다는 건 무리였나봐요. 친정엄마는 오이김치와 깻잎, 김을 재서 주시겠다며 아침부터 서두르시더라구요. 그때부터 불안했어요. 그것도 부족해 점심때 김밥을 말아주시겠다고 하더군요. 한꺼번에 너무나 많을 일을 벌리시는 엄마가 위태로워, 나는 서둘러 반찬값을 몇 만원 내밀었죠. 얼마 후, 계란 지단을 집어먹는 둘째 아이(5살)에게 엄마는 짜증을 내시더라구요. 저도 혼을 내줬지만, 아이는 배가 고픈지 자꾸만 집어먹는거에요. 또 결혼한 지 10년이 되어 엄마의 씽크대 수납 배열이 익숙하지 않는 저에게 엄마는 자꾸만 타박만 늘어놓으시더라구요. 뭐 한가지 제대로 하는 게 없다면서요. 엄마가 접시를 꺼내라고 해서 접시를 꺼내면 엄마가 원하는 접시가 아니라며, 또 컵도 그게 아니라며. 전 좀 이상하더라구요. 아무 접시나 쓰면 어때서 왜 그런 일에 가치를 두는지. 그러면서 아이나 데리고 나가라고 하시더라구요. 남편도 있었는데, 어찌나 무안하던지. 아이를 데리고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어요. 생각은 자꾸만 제가 드린 반찬값이 너무 작아서인지 모른다는 쪽으로 기울더군요. 이미 그 전에 전화를 걸어서, 부탁도 안한 반찬을 해주겠다며 서둘러 오라고 하시고, 잊지 않고 반찬값이나 조금 달라고 하실 때부터 예상했었지만. 아버지가 아직도 일을 하시고, 자식들이 다 출가해 특별히 큰 돈도 들지 않는데 왜 엄마는 딸들만(참고로 저희는 딸만 넷입니다)보면 죽는 소릴 하시는지 정말 겁이 나요. 특히 엄마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딸에게만 더 하시는 것 같아요. 다행히 남편은 그런 엄마에 대해 아무 말도 않지만, 전 솔직히 창피해요. 당신이 퍼줄 수 있을 때 퍼줄 수 있는 것도 기쁨일 것 같은데. 일일히 계산해서 돈을 받아야한다는 게. 사실 엄마는 당신이 매우 현명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가끔씩은 그 몇 만원 때문에 그 이상을 손해보고 있다고 전 생각해요.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그길로 우린 서둘러 왔고, 나중에 온 언니가 전화로 알려주더군요. 우리가 간 후 혼자 울고 있더라고. 너무 기가막혀요. 그러니 언니와 형부는 또 얼마나 속이 상했겠습니까? 너무 우울해요. 혹시 나도 그렇게 늙게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고... ... 엄마는 딸들이 가면 당신은 그렇게 힘들게 자식들에게 베푼다고 인정받고 싶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오바하지 말았으면 해요. 서로 편하게 만나서 기분좋게 헤어지면 좋잖아요. 왜 일을 항상 번거롭게 피곤하게 하면서 징징대는지 모르겠어요. 오롯이 다 당할 아버지도 불쌍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