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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하기 싫어요


BY kkandolsoi 2001-03-26

저는 지금 싫어병에 걸렸어요. 매일 어질러진 방,거실도 치우기 싫고 17개월 아들과 놀아 주기도 귀찮고 잘 키워야지 하는 마음도 부담되고 아침 먹은 설겆이도 하기 싫고 저녁 걱정하기도 싫고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 손빨래,세탁기빨래 분리하기도 싫고 시댁생각,시어머니생각도 하기 싫고 나보다 더 잘 살고 있는 것같은 친구,친지 배아파서 이 악물어 잘 살아야지 계획 세우기도 싫고 인터넷,컴퓨터 알기는 알아야겠는데 알기도 싫고 매일 신문 읽기는 읽어야 하는데 계속 쌓이는 꼴도 보기 싫고 상식 풍부한 아줌마 되고 싶은데 알기도 싫고 우리 신랑 월급도 제때 안 나와서 앞길 깜깜해서 싫고 신랑만 보고 아이만 보고 사는 이 시대 뒤떨어진 사람 되기는 싫은데 나중에 공장이나 가야할 것 같고 아니면 식당,또 아니면 보험회사,외판원인데 잘난 자존심이 싫고 장사를 해도 망할것 같고 자격증도 딸 것 막상 없고 하루하루가 똑같은 것도 싫고 아이쇼핑이라도 할때 있으면 가서 바람 쐬면 좋은데 촌구석에 틀어 박혀 있는 것도 싫고 백화점 문화센터에 강좌같은것 듣고 싶어도 없어서 못 듣는 것도 짜증나고 자꾸 늘어나는 몸무게 때문에 둔한 것도 싫고 살빼야 하는 스트레스도 싫고 아이에게 구속되어 있는 것도 싫고 친정 먼것도 싫고 아침시간 텔레비전에 푹 빠져 오전을 다 날리는 내 자신도 한심해서 싫고 아들한테 여자조카옷 물려
다 입히고 큰옷만 입는 우리 아들 마음놓고 마음에 드는 옷 많이 사주고 싶은 마음도 짜증나 싫고 처녀 때 옷 입으면 이제 작아서 배가 튀어 나오는 그러나 내 옷은 마음놓고 못사는 이 마음도 싫고 우리 남편도 꼬질꼬질 옷만 입는 것도 싫고 주식은 뭐 땜에 해서 피같은 원금도 안 되고 전세금 못 받은것 다 날리기 일보직전이라 매일 찝찝해서 싫고 시누한테 빌린 돈 못 갚아서 볼 때마다 기죽어서 싫고 우리 신랑회사 언제 망할지 또 어디로 갈지 생각만 해도 머리아파 싫고 언제쯤 우리집 살지 미래가 불확실해 싫고 둘째는 우리 아들 생각해서 낳아야하나 안 낳야하나 걱정도 싫고 나팔관 임신으로 사실 가질수 있을지 의심되는 것도 싫고 아이들 커서 말썽피우고 공부 못 하면 어쩌지하는 마음도 싫고 영어 앞으로는 중국어까지 해야 먹고 산다는데 우리 아들 어떻게 공부시킬지 생각하는 것도 싫고 옷 다리는 것도 싫고 친구들 못 만나는 것도 싫고 남 앞에서 확실하게 당당하게 조리있게 얘기 못 하는 것도 싫고 항상 기죽는 내 마음가짐도 싫고 소극적인 나도 싫고 전화하기 좋아하는 것도 싫고 잠 많이 자는 것도 싫고 화장 못해서 얼굴 못난 것도 싫고 모르면 알려고 하는 자세 없는 것도 싫고 남을 다 나쁘게 평가하는 것도 싫고 나보다 잘 난것 같으면 다 싫어하는 내 자세도 싫고 남이면 다 부러워 하는 내가 너무 싫고 느릿느릿한 내 행동도 싫고 자신감 없는 내가 너무 너무 싫고 인생 좀 파먹으면서 이 젊은 날 보내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