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결국 다시는 불러보지 못하게 되어버렸네.
의자매로 지내기로 했지만 서로의 삶이 너무 힘에 겨워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나는 물론 언니의 선택을 이해해.
나 또한 같은 경험자였으니까.
다만 나는 성공하지 못해 아직 이렇게 산자의 편에 서있을뿐.
그래도 왜 그랬어, 언니. 그러지 말지. 왜 그랬어.
아픈 과거, 사람 잡아먹는 시집, 착하지만 도움이 안 되는 남편...
그래도 언닌, 언니를 아끼는 친정엄마도 있고
예쁜 딸도 있자나..
이제 막 학교 들어간 지수(가명),
내가 울 엄마를 떠나 보낼 때와 공교롭게도 같은 나이더군.
내가 울 엄마 잃고 어떻게 살아왔는데, 지수 불쌍해서 어떻하라구.
지수, 지 친할머니 할아버지 무섭다고 싫어 하잖아.
그 어린거 어떻하라구.
나쁜 인간들, 암에 걸려 다 죽다 살아나 인공장기에 의지해
겨우 살아가는 사람을 그렇게 쉴 틈도 없이 부려먹고 욕하고 상처주고... 그렇게 착하고 순한 사람을.
결국 지렁이 마냥 꿈틀하고 살 길을 찾아 나왔는가 했더니
끝내 그 상처들을 치유할 수가 없었구나.
언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면서.
내게 죽고 싶다 했을 때 경험도 있던 내가 왜 직감하지 못했을까.
그저 약을 바꿔보라고 했을 뿐...
결국 내가 언니를 방치한 것만 같아. 정말 미안해.
내가 그랬지. 정신과 의사들 돈 밖에 모르는 무능한 집단이라고.
우울증 때문에 온 자기 환자가 죽을 준비를 하는 것도 모르고 돈만 더 달라고. 더 이상 살 수가 없다고 애원해도 시간 됐으니 다음에 돈 더 가지고 오라고.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거야.
애까지 두고 갔다고 모질다고 하겠지.
하지만 볼 수도 들을 수도 손발을 뻗을 수도 없는 사방이 꽉 막힌 상태에서 숨조차 쉬기 힘들고 판단도 할 수 없는 절망이라는 바닥을 기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언니, 이젠 행복해라.
이승에서는 아무리 매달려도 살 길을 안보여주신 하느님 이시지만 아예 그분 곁으로 가면 잘 해주실거야.
차라리 언니가 병이 도져서 병 때문에 갔다면 이렇게 가슴이 메어지지는 않을텐데.
언니. 잘 가. 부디 행복해졌길...
"하느님, 가엾은 당신 딸을 편히 쉬게 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