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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만 좋아해...


BY 꿀통 2001-04-27

그냥 보기만 하다가, 한 번 써보내요.
전 사실 크게 힘든일은 없어요.
별난 시엄니도 아니고, 별난 시동생도 아니고 별난 시누도 없고...
뭐 별 일이라곤 없지요.
회사 다니고, 저녁에 들어오면 엄니가 밥차려 놓으시고 먹고 제가 설거지하고 신랑 옷이나 다리고 하면 되지요.
에궁...문제는 우리 신랑이랍니다.
연애도 오래했고...(만 7년) 착하고 성실하지요.
퇴근은 저보다 거의 일찍 하는 편인데.
요즘 오락에 빠져있어요.
보기 싫어 죽겠네요.
집에 오면 오락하고 있다가 왔냐고 인사하고는 다시 들어가 오락하지요. 그놈의 디아블로란 건데, 43000원 주고 씨디 사더니 완전 뿌리를 뽑을 건가봐요.
보통때는 저도 할일도 많고 책도 봐야 하고, 뭐 공부도 해야 하고 하기 때문에 신랑이 뭘 하든 별로 신경 안 쓰는데, 어젠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
11시가 되도 방에 안 오길래, 저도 화가 좀 나서 뒤에 가서 등을 살짝 꼬집었더니, 얼굴을 확 찌부리면서 화를 내쟎아요.
그래서 너무 기가차서 방에 와서 돌아누워 자는척 했더니 좀 있다가 와서 그냥 자는거 있지요. 와서 잘못했다라던가, 담엔 좀 일찍 끝내겠다라던가 그런말 한마디만 했어도 그렇게 화나진 않았을텐데...
좀 참다가 제가 한 마디할려고 했는데, ㅜ.ㅜ 잠이 쏟아지는거 있죠. 그냥 잠들었나봐요.
전 그이가 저랑 결혼했는지, 디아블로랑 결혼했는지 모르겠어요.
전 자기를 위해서 다림질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반찬도 만들고 방도 닦는데, 자기는 맨날 오락만 하고....
몇 번 얘기해도 달라지는것은 별로 없고..
첨엔 8시30분까지 했었거든요? 요새는 두고 보니깐, 10시 11시도 모자라고 그래요.
오늘 아침엔 깨울때 뽀뽀도 안 해주고 심지어 아침도 안 차려주고 그냥 저혼자 출근했어요. 울 엄니가 차려주셨겠죠 뭐. 흥!
한번 크게 싸워야 할 까봐요. 그냥 봐주니깐 전 천사푠줄 아나봐요.
한 일주일쯤 말을 하지말까요? 전 이것저것 잔소리하는게 정말 싫거든요. 그이한데 잔소리 해봤자 별 소용없기도 하고...
이번엔 정말 제가 화가 났다는걸 보여줘야 하는건데.
별로 모질지가 못해서...그이도 제가 쉽게 풀린다는걸 잘 알고 있어서 곤란하네요. 오늘 집에 가면 또 살살거리면서 안마를 해주니 맛있는걸 먹여주니 하면서 애교를 떨면 제가 맘이 약해질것 같네요.
그놈의 오락을 끝장내기전에는 말도 안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