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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을 화나게 했어요~


BY 며느리 2001-06-22

퇴근길 어머님께서 아들넘에게 뭔가를 감추라고 하신다.
보니 사탕.
울 아덜넘은 네살인데 치아가 정말 약하다.
어금니는 거의 모두 치료 받았고 앞니와 송곳니 이곳 저곳에 구멍이 한두개가 아니다.
게다가 앞니 옆니 하나가 애초부터 삭아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여간 신경쓰는게 아닌데 울 어머님 아이에게 사탕 정말 잘 사주신다.
그놈은 할머니가 양치를 해준다면 죽어도 싫다고 한다.
해서 저녁엔 퇴근한 내가 해주지만 아침엔 할머니가 해준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속으로만 기분이 상했다.
한데 울 어머님 아이 발을 가리키며 이놈이 하도 떼를 써서 신발하나 사줬다 그러신다.
순간 열이 났다.
그깟 신발값이 문제가 아니다.
아이에겐 샌달이 하나 있고 좀 작지만 그래도 아직 신을 만한 운동화 하나에 오빠네집에서 얻어온 약간 큰 운동화가있다.
얼마전 운동화를 사오셨길래 여름이고 하니 차라리 샌달이 낫지 않겠냐 해서 샌달로 바꿔 오셨다.
아들넘 그 샌달 다섯번도 안신었다.
왜냐? 이미 그놈에겐 제가 좋아하는 샌달이 있었기 때문.
하여튼 그 녀석이 때를 쓴다는 이유로 사주신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티만해도 그렇다. 작년에 입던 티들 족히 열개는 된다.
어머님, 애가 입을게 없다시고 얼마전 내가 아들넘 파자마 하나 사왔을때 왜 이리 짧은걸 사왔냐고 하신다.
그럼 여름에 짧은 파자마 입지 긴거 입나?
멜빵 바지도 거금 3만원 주고 산거 열번도 못입혔다.
애가 불편해 한다나?
결국 작아서 남 좋은일 시키고.
울 어머님 당신이 사오신 옷은 사흘이 멀다하고 빨아서 입히신다.
우쨌거나 운동화 때문에 내가 한마디 했다.
"사달라는거 다 해주시면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
저녁상 차리는데 어머님 누워 계신다.
화났다 이거다.
밥상 다 차릴때 까지도 그대로 계신다.
식사시간 내내 말이 없으시다.

사실 나 요즘 살맛이 안난다.

지난주 시골에 홀로 계신 엄마 보고 왔다.
낼 모레면 일흔.
아직도 밭일, 논일 다하시고 땡볕에 손발이 다 갈라진다.
그런 손으로 바리 바리 싸주시는 농작물 들고 와서 풀어놓으면 어머님 너무 좋아하신다.
몇년 쓰던 밥통 고장나서 매일 찬밥만 드시고 계신다.
그깟것 몇푼이나 한다고 하나 사면될것을......

해서 밥통하나 검색하니 5만원이면 떡을 친다.
며느리 셋이나 있어도 신경 안쓰니 내 사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아 신랑에게 물었다.
반응?
떱덜한 표정.
마지못해 하는말 "혹시 장모님이 사놓으셨을지 알아? 전화나 해봐"
젠장할, 지 엄마가 필요하다면 그래?

남편 뼈빠지게 돈벌어서 시동생 학비만 년간 500, 월 5만원 이상씩 용돈대고, 어머님 보험료에 노후 저축, 행사때마다 축의금 내야지 한달 벌어 한달 먹고사는데

안사도 되는건 사지말자는게 내 신조다.

왜?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물건 이니까.

도대체 어머님은 왜 그리 잘 삐지 시는지.
툭하면 드러눕고, 인상쓰고.

살맛안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