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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듣는 순간 힘이 다 빠져 버렸다 대체 난 뭔가..


BY 나는 어디로.. 2001-08-10

오늘따라 마음이 너무 답답하다
내겐 맘 터놀 곳이 여기밖에 없다

결혼한지 5년
시댁은 현금 없는 껍데기만 부자다
시댁에선 모든 걸 생략하고
집 얻는데 보탤 것을 원했다
친정에서 2천 더해서 서울 근교에 4500짜리 전세 아파트 구했다

시댁에선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다 해준마냥 생색내는 데 어이가 없었다
그나마 알고 보니 4500 중 500은 우리보고 내라고
10만원짜리 월세로 해 놓았다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친정에선 전혀 모른다 진짜로 부잔줄 알고..

3월에 결혼해서 6월부터 다시 일을 했다
이듬해 7월에 아이를 낳았는데
임신 8개월까지 내가 일을 해서 500 만들어 갚았다
남편의 월급으론 먹고 살기에도 빠듯했으니까.

출산 후 아기 키우느라 애가 17개월 될 때까지
집에 있었더니 시댁의 간섭으로 노이로제 걸릴 지경이었다
애 봐 줄 생각도 없으면서
내게 언제까지 집에 있을건가
집에 있을 때 무슨 공부라도 해서 시험을 보라는 둥
말이 그렇지
결혼 2년차에 새내기 엄마가 17개월짜리 애 데리고
무슨 시험을 본단 말인가.

나는 평소엔 굉장히 소심하다가도
한 번 폭발하면
앞뒤 재지 않고 오기와 악바리 근성으로 추진해
버리는 성격이 있다
그 때까지 모아놓은 돈은 300만원이었다
애 봐주지도 못하면서
남편 잘 챙기라면서
부녀자는 밤늦게 다니는 게 아니라면서
하루 종일 손이 가는 17개월짜릴 데리고 어디 가서 돈을 벌란 말인가

우울증과 신경 과민에 걸릴 지경이었다.

결단을 내렸다

전세금을 다 빼서 4000만원에 덥석 돈이 좀 될 것같은
가게를 인수해 버렸다
집은 말할 것도 없었다
300은 가게 수리비와 이사비로 썼고
500만원 보증금에 월세 40짜리 단칸방을 구했다

친정에서는 부잣집에 시집 보냈는데 이게 왠일이냐며
길길히 날뛰었고
시댁에서는 애 데리고 할 수 있냐고 묻는데 너무 얄미웠고
남편은 망하면 어떡할거냐고
또 반대했다.

탈출구가 없었고 망하면 망하는 거지라는 오기 밖에 없었다

25평 아파트에 살다가 단칸방으로 가니 꼴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사후 살림을 풀지않고 박스에 넣어둔 채로 집이라기 보다는
창고라는 말이 맞았고
잠만 겨우 자는 곳이 되었다
그렇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
친정 어머니가 지방에서 오셔서 보고는 이틀을 울다 가셨다
시부모님 한 번 휙 둘러 보더니 청소할 것 없어 좋겠단다
남편은 날보고 고생을 사서 한다고 고집이 세다고 했다

그 때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진짜 애 데리고 열심히 했다
팬시점 스타일의 잡화점이다 보니 나 혼자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는데
남들보다 일찍 오픈하고 수시로 집을 왔다 갔다 하며
남편 출근 시켜 가며
애 업고 뛰었다
악착같이 모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이제 전세 6천짜리 방 3개인
집으로 이사간다

남편 월급으로는 변함없이
우리 가정을 꾸려 나가는 데만 써도 아쉬웠다.
내가 번 돈은 없다 생각하고 무조건 모았다
이 굴 속같은 단칸방을 빠져 나가고
빨래를 널 수 있는 집으로 이사간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
이사를 앞두고 나 자신에게
처음으로 수고했다고 일기를 쓰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근데 시댁에서 전화와서 하는 말이
"너희 신랑이 술도 안 하고 노는 데 돈을 안 쓰고 성실해서
네가 그렇게 돈을 모은 거다. 알고나 있어라..
근데 둘째는 언제 낳을거냐? "

기가 찬다
울 신랑이 다른 남자들보다 헛돈 안 쓴 거는 맞다
둘째도 있으면 좋겠지..

그 말 듣는 순간
힘이 다 빠져 버린다

대체 난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