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75

사는게 왜 이 모양인지.......


BY 외등 2001-08-11

난 너와 왜 결혼을 했을까....
우리 그리 죽고 못사는 사이도 아니었잖아.
넌 내가 그저 적당하고 무난해 보였고 나 역시 부모 성화에 못이겨 그런가 보다...하고 내 인생을 가벼이 니게 맡긴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랄까...
이왕 결혼한거...이쁜 아기들도 둘 낳고,
너 그래도 성실하고 능력있는 자상한 가장이고..주변에서 그런 신랑 없다고 침이 마르게
칭찬들 하지...그래 ..환경상 내가 행복해야 하는거 맞지?
그런데, 난 한번씩 니가 무섭고 징그러워...
넌 늘 나랑 언쟁후엔 내게 상처를 내는데...난 그게 앙금으로 남는다.
넌 잊어버리지?
난 차곡차곡 쌓인단다....니가 하는 들어보지도 못한 욕설들,자존심 상하는 인격비하...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느데 난 여전히 가슴이 벌렁거려....난 너랑 싸울 때면 늘 느끼는 감정이 있는데...
넌 나로 하여금
내가 벌레같다는 생각을 갖게끔 해.
너에게 기생해서 살아가는 벌레말이야.
잠이 안 와서 와인을 조금 마셨는데..기분이 괜찮네...
너, 내게 그러지 마라...
살아오면서 너한테만큼 이렇게 자존심 구겨지고 무시 당한 경험이 없어서 ...적응이 아직 안된다.
너 오늘 내가 읽는 책을 "걸레"라고 했지?
박범신씨의 "외등"...설사 그게 니가 보기에 우스워보이더라도
그렇게 이야기 하는거, 아니지...
넌 내게 매사가 그 모양이야.
사소한 취향의 차이조차 이해 못하는 니 따위, 용렬하고 쪼잔한 인간이 내 남편이라니....내 인생이..참 지리멸렬하다.
사는게 왜 이런지...눈물이 자꾸 난다.
애꿎은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자는 아이들을 보며 맘이 찢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