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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흐릅니다.


BY Plum 2001-08-19

남편은 자고 있고 난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어요.

3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않아 찾은 병원에서 자궁내막증이라 불임이 될 확률이 높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의사는 귀찮은듯이 병에 대한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고 그저 불임확률이 높다라는 말만 단정적으로 하더군요. 설마설마 했는데 넘 놀라고 절망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에게 얘기하고 위로를 받았고 좀더 희망을 갖고 같이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남편도 저도 아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어제가 배란일이어서 잠자리를 갖으려고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신경질을 내며 이핑개 저핑개로 한참후에야 샤워를 하고 나오더군요.그런데 침대에 눕자마자 '피곤해 죽겠는데...' 그러는 거였습니다.. 나중에 본인은 농담이었다고 했지만, 순간 제 기분은 마치 구걸이라도 하다가 거절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계속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빨리 끝내고 자자란 식으로 얘기하더군요.
너무나도 야속하고 비참한 수치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왜 신경질을 내며 얘기하냐 했더니 자기가 언제 그랬냐며 더 큰소리를 내고 결국 따로 잠이 들고 말았지요.
다음날 병원에 가니 어제가 배란일이었는데 잠자리를 않했으니 오늘이라도 꼭 가지라고 하더군요. 오늘도 가서 어떻게 얘길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 잊어버리고, 어제는 내가 자격지심에 괜한 생각을 한거겠거니 하고 또 구차하지만 은근슬쩍 말을 꺼냈지요. 그랬더니 그럼 빨리 먼저 씻으라고 하더군요. 난 씻었으니 씻으라고 하니 그래도 다시 씻으라고 하며 시간을 끌더라구요, 그래서 더운 날씨니 저도 다시 씻고 같이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분위기가 어색해서 그저 난 웃으면서 어제 했어야 했는데 자기가 괜시리 신경질을 내서 못했다고 얘기를 하니 남편은 또 불같이 성을 내며 이러저러해서 100% 내잘못으로 그리 된거라고 또 큰소리를 내더군요. 순간 눈물이 날것 같아서 그래 200% 내 잘못이다 하고 돌아누웠더니 바로 나가 버리더군요.
이렇게 해서라도 계속 노력을 해야 되는건지 계속 갈등이 되었습니다. 넘 심란해서 혼자 밖에나와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다시 웃는 얼굴로 비디오테잎을 하나 빌려가지고 들어가 같이 보면서 남편 맘을 풀어보려 했지요. 그리해서 그걸 보던중, 점심후에 5시경에 둘다 저녁을 일찍먹었기에 속이 출출하더라구요 그래서 된장국에 밥을 말아 간단히 먹으면서 남편보구 먹겠냐구 했더니 아까랑 똑같이면 싫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그냥 반찬도 없이 간단히 먹는 거라 생강없이 돌아와 앉아 먹는데 남편이 '혼자 쩝쩝거리고 잘도 먹는다' 이러며 또 불같이 화를 내더군요. 기가 막히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저 꾹 참고 치사하지만 남편 기분을 맞춰보려 했습니다.
사실 저흰 맞벌이어서 남편의 그런 행동이 더욱 얄미웠습니다.
계속 웃는 낯으로 얘기해도 모른척하고 혼자 망에 들어가 침대에서 신문을 보길래 나도 다라들어가서 불을 빨리 끄라고, 그 와중에도 전 어떻게든 오늘 잠자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불을 끄면 어떻게 좀 다가가서 마음을 돌려보려구요. 이런 제 자신이 넘 한심스럽군요. 그러나 묵묵부답이더군요.
순간 죽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방을 나오니 금방 불을 끄고 자고 있네요.
마루로 나오니 주르륵 흐르는 눈물 위로 남편이 어지럽힌 여러가지가 더 눈에 들어옵니다. 옷은 늘 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티슈에 침뱉어서 담배를 꺼놓은 쓰레기 온 갖 병, 깡통에 수북히 쌓인 담배꽁초.
이래도 시어머님과 시누이들은 늘상 저보고 시집 잘온거라고 남편같은 다정한 사람이 세상에 없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합니다. 같이 사는 내가 아니라고 해도......
제가 정말 자격지심일까요? 하지만 상황을 다 알고도 저러는 남편이 너무나도 야속합니다.
이럴땐 담배도 술도 못하는 제가 한심하네요. 늦은밤에 찾아갈 친구도 없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