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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모 사는 모습


BY 짱난아짐 2001-09-10

난 이모가 많다
막내 이몬 나랑 4살차이 밖에 안난다
그런 까닭에 거의 언니 동생처럼 지냈다
결혼후 이모네는 시골에 농사지으면 산다(시골에서 직장생활 하다가 결혼해 거기서 살았으니까)
그런 이모네 몇집 건너엔 외할머니가 사신다
외할머닌 아들이 없으셔서 늙으신 지금 혼자다
그래서 막내이모가 곁으로 이사와서 사는거다
근데 외할머니까 노망이 드셨다 듣기좋게 말해서 치매...
언니들(4명)다 도시에 나가 살고 이모 혼자 할머니 뒷수발 하면서 사는거다

그런 이모에게 또 짐이 생겼다
이모부의 막내 동생이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로 시골에 온것이다
사실 이모부네 본가는 형제도 많고 어른들도 정정하시고 또 사는것도 지역유지 소리 들을정도로 괜찮다
그렇다고 이모부가 맏이도 아니다

들어보니까 사고난 동생은 자기 집에 있고 싶어하는데 그 어른들이 힘들다고 이모네에 데려다 놓은것이다
이모 시댁 분위기가 '너 아니면 아무도 할 사람 없다~!'(평소에 이모가 암 말 없이 너무 잘 해 왔었다)(그리고 친정이 힘이 약하다는 것두 좀 영향을 준듯하다)
덕분에 우리 이모 죽을 고생 하고 있다

집에는 꼼짝 달싹 못하는 그래서 손 발이 되어줘야하는 시동생이 있고, 또 몇집건너 늘 똥오줌 받아야할 노모가 있고, 애들 뒷수발에, 입맛 까다로와서 요리같은 반찬 아니면 늘 삐지는 남편에(맛이나 보기가 어지간하면 안먹고, 먹고싶은건 자다가도 해 먹어야한다 자기 밥 먹고 난후 커피 빨리 안나오면 삐지기 일수다), 농사일까지 남편하고 거의 똑 같이 해야한다


가끔씩 아주 바쁜일 있을때 다른 이모(모두 다 타도시에 사신다)들이 짬내서 일주일 정도 외할머니집에 있다 간다
도시에서 사는 나에게 전화하는게 유일한 속풀이인데 늘 자기 자신에대한 마음가짐 부족을 탓한다
그런 말 들음 난 속이 디비진다

어제 엄마 모시고 시골엘 갔다
엄마(이모의 젤 큰언니)도 연세가 있고 또 늘 아프다고 하시는 분이고 장사하시는 분이라 시간내기가 쉽지 않으신거 안다
그런데
속내 안보이고 혼자 감당하던 이모 어제 드디어 터졌다
이모 시엄니랑(막내 보고 싶다고 툭 하면 와서 더 힘들게 한단다-그렇게 보고싶어서 안달이면 델고 가든가) 이모부랑 우리들이랑 엄마 앞에서 가만히 우는거다

내가 속상한것은 다름이 아니다
가까이 산다는것 만으로 치매든 외할머니를 막내에게만 짐을 지우려하는 다른이모들이랑 엄마에게 화가 났고
더 화가나는것은 이모부 때문이다

꼭 막내 동생을 그곳에서 델고 있어야하나
외할머니야 원래 외갓집이 거기고 같은 동네에 사니까 할수없이라도 이모가 들여다봐야하는거 아닌가
사고난 막내동생은 굳이 이모네가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거다
멀쩡한 본집에 멀쩡한 어른들은 모하고 또 형님네랑 다른 형제들은 모하고 그집에만 다 맡기려드는지 이해가 안간다
사고난 자기 막내아들 감당을 며느리에게 시키는 시엄씨 그렇다고 말이라도 따뜻하게 하나?
막내이모가 자기 엄마 가까이 수발 드는건 맘에 안들고 막내 시동생 수발 드는건 당연하게 여긴다

그렇다고 살림만 사냐?
것두 아니다
밭이며 산이며 돌아다니며 거의 똑같이 일한다
새벽에 밭에가서 일하고 애들 일어나는 시간 맞춰서 와서 아침 해서 차리고 외할머니한테가서 밤새 나온거 치우고 빨고 밥 차리고 또 집에가서 치우고 그리고 또 산으로 가서 일하다가도 밥때되면 혼자 내려와 두사람 밥 차려야하고 싸놓은거 치워야하고 빨아놓고 다시 일하러 가고 저녁엔 파김치 되서 와도 또 저녁해서(것두 국 찌게 대충이 아니라 요리같은거 하나 해서) 먹이고 치우고 치우고 ...

어젠 정말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퀭한 두눈에 누렇게 떴다

오죽하면 시엄씨랑 다들 앞에서 울어버렸을까

이모부란 사람하곤 말조차 하기 싫다
자기 아내 한사람 챙기지 못하는 그*이 싫다
정말 이넘아 하면서 막 싸우고 싶다

이모부 사람 좋다
모르는 다른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잘 퍼주고 사근사근하고 말 잘하고 다른 사람에겐 잘 한다
그런 이모부 뒤에서 뒷감당하는 이모는 먼가?
누가 와서 머 맛있다 하면 다 싸준다
이모 그거 한다고 밤에 잠도 못잤는거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할 시간이 없어서 김치같은건 한 밤에 담근다)
이번에 산에 무랑 배추도 엄청 했단다
그거 해서 다 나눠준단다
물론 우리도 얻어먹기도 한다
하지만 이모부 선심에 이모가 죽어나간다
집안일이라도 거드면 이렇게 까지 화 안난다
자기 아내 병나게 하면서 그렇게까지 선심써야하나?
그것도 자기 생색내는 유치한 짓거리로밖에 안보인다
사람 좋다 잘 준다 정많다 그소리 들을려고 자기 아내 누렇게 뜬것두 모른다

속 상한다
어찌 그리 사나 싶다
나이도 별루 안많은데 왜그렇게 사는지
이모보면 내가 살림 사는건 암것두 아니다
울 남편도 이모부하는거 보면 이해가 안간단다
이모 골병들어서 드러누으면 이모부 정신 차릴라나

넘 화난다

*****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이모라 그런맘이 드는걸까요?
아들 학교 땜에 자주 가서 못 돕는 나두 넘 미안해요
이모가 무슨 말을 들으면 좀 위로가 될까요?
어떻게 하면 이모가 숨통이 트일까요?
답답해서 미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