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720

하마트면 망칠뻔한 추석이야기


BY 싸가지동서 2001-10-04

아들 둘에 딸 하나인 집에 막내 며느리다. 결혼 7년차이지만 그동안

명절증후군이니 뭐니 느낄틈이 없었다. 울 시어머니 '아이구 어린

니가 뭐 할줄 아는게 있다구 저리 가 있거라'

진짜 난 할줄 아는게 없다. 집에서도 막내딸로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고 살았지만 결혼하고서도 직장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친정엄마가

아예 우리 아래층으로 이사오셔서 아줌마랑 다해 주신다

낮밤이 없는 일인지라 딸이 안쓰럽고 딸의 재능을 썩여선 안된다는

울 엄마의 강력한 주장에 애는 낳아봤으나 키워 본적도 없다

거기다 울 신랑 각시 손에 물묻히는거 볼수 없다면서 똑같이 철없다.

어찌됐든 이러저러한 이유로 명절이니 김장이니 시댁 행사니 한번도

힘써본적 없는 철없는 막내 며느리는 올 추석에도 신랑이랑 여행 나갈

궁리만 하다가 테러땜시 취소되구 집에서 푹 쉴 계획을 세웠다

나두 새로 시작된 일때문에 넘 피곤했구 울 신랑도 새로 시작한

사업때문에 넘 피곤하구 같이 할 시간이 없어서 이번 명정을 둘이 꼭

붙어서 쉬는 절호의 찬스로 잡구 계획중이었는데 울형님 전화 한통에

산산히 부서졌다 '어머님이 아프시니까 우리가 해야지. 낼 우리집에

와. 장부터 봐야하니까'

당연히 그래야하는걸 알면서도 눈물부터 나구 앞이 캄캄했다

그래서 신랑한테 전화했다. '자기야 어떡해? 형님이 장봐서 음식

하라구 나 오래'

역시 철없는 우리신랑 '야, 니가 뭘 할줄 안다구. 그냥 사서 먹으면

되지. 내가 형한테 전화할께'

드디어 일이 커졌다. 울신랑 형한테 전화해서 서로 음식 나눠서

하자고 하구...물론 울신랑 사가져 갈 계산하구....우리 형님

열받았다. '동서! 동서가 싫으면 나한테 직접 얘기하지 왜 항상

서방님 시켜서 시아주버니한테 전화하게 만들어?'

난 대답했다 '정말 하기 싫어요!' 싸가지 동서의 대답이었다

울 형님 화나서 '그럼 동서가 음식 다 해올래?'

싸가지 동서인 난 또 대답했다 '싫어요. 난 못해요'

일이 이렇게 커진걸 알면서도 철없는 울신랑 영화보러 가잰다

영화보러 갔는데 철없는 부부에게 벌내린건지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을 안해서 음식 좀 사서 결국 형님집에 갔다

그리고 조용히 신랑이랑 전 부쳤다. 전만 부쳤다

그리고 형님한테 한소리 들었다. '동서는 왜 서방님한테는 잘하면서

다른 식구들한테는 왜그래?'

난 솔직히 대답했다

'제가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신랑 딱 한사람이예요. 전 어머님두

아버님두 형님두 다 낯설어요 아직은' 진짜 그렇다.

그리고 전 딱 세시간 부쳤다구 연휴 내내 몸살나서 눕고 결국 오늘도

출근을 못했다. 싸가지 없는 동서라서 벌받는 모양이다

난 왜 아직도 신랑 ?馨?시댁 식구들이 낯설고 어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