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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시엄니가...


BY 달빛 창가에서 2001-10-10

아유, 넘 속상해요.
여기에 글이라도 쓰고나믄 맘이 풀릴까 하여 이렇게 몇자 적네요.

저는 결혼 4년차에 15개월 아이하나 키우고 있는 아줌씨 거든요.
남편이 직장생활을 늦게 시작해 아직 살림살이가 변변치 않네요.
특히 이번에는 추석부터 시작해서 집안의 각종 행사가 5개나 되서 특히 더 버겁네요.

이달중순이 시어머니 생신이라 없는 살림에 20만원이나 부쳐 드렸고 추석에 빈손으로 갈 수 없어서 시아버지 조끼하나 사들고 갔답니다.
전에는 그냥 빈손으로 가서 어머님께 필요한거 사서 쓰시라고 용채를 드렸거든요.
그런데, 하루는 "나 용돈 주는건 좋고 고마운데,어른들 찾아 뵈러 오면서 빈손으로 오는거 아니다, 하다못해 양말이라도 사들고 오는게 예의 아니냐..."하시며 좋게 타이르시더라구요.

그런데, 주말이 조카돌이라 시어른들이 올라오셨어요.
우리 어머니 나 힘들다고 매운탕 거리랑 김치랑 담궈서 갖고 오셨더라구요.
이틀 주무시고 가셨는데, 정신없이 바쁘더라구요.
그야말로, 상차리고 치우다가 하루해가 다 가더군요.
시어머니가 깔끔하신 편이라 방이랑 거실도 하루에 두세번은 닦았답니다.
생신상 미리 차려 드린다니까 아침에 밥맛도 없다시며 그냥 미역국에 나물이나 하라고 하셔서 간단히 아침 드시고 내려가셨어요.

아침에 시누이가 와서 용돈이라고 얼마 드리는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통털어 있는 돈이라고는 10만원 뿐이고 다음달에 막내동생이 결혼하는데 결혼선물은 커녕 동생한테 꾼돈 150만원도 못갚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용돈 못드릴것 같아서 그냥 모른척 있었어요.
그런데 짐챙겨서 나가시기 전에 어머님이 저한테 "아버님 용돈 쓰시라고 한 5만원만 드려라"하시더라구요.
아휴!
한숨이 절로 나오는걸 눌러참고 부랴부랴 봉투에 돈 5만원을 넣어서 갖고 나갔어요.

그런데, 지금 금방 전화가 왔네요.
서랍 열어 보라구요.
열어 봤더니 돈 10만원이 있더라구요.
내가 너희 형편 뻔히 알면서 보태주진 못하면서 어떻게 용돈을 달라고 그러시겠냐면서....
많이 섭섭하셨나봐요.

"애비보고 그래라.
부모가 집에 다니러 가면 자식이 하다못해 차비라도 드리는게 예의고 정 형편이 안되면 가다가 점심 드시라고 돈 만원 이라도 쥐어드려야지, 이건 부모가 점심을 먹었는지 왔는지 갔는지 관심도 없고...
이번에 네가 고생 많았다. 그래도 지난번엔 눈에 거슬리는 것도 많고 그랬는데, 그만하면 되겠더라."하시데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가슴이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