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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나쁜 딸입니다.


BY 사는게 힘들다 2001-10-17

친정아버지는 법없이도 사실 분입니다.
그래서 알콜 중독이십니다.
그래서 친구들 빚보증서서 재산 다 날렸습니다.
그래서 괴로와서 오늘도 술을 드셨습니다.

우리 큰 딸아이 돌도 못했습니다.
친정 아버지는 알콜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친정 어머니는 아버지 빚보증으로 충격받고, 뒷수습하고, 먹고 살아보겠노라고 농사를 짓다가 농약중독으로 병원에.
그랬습니다.
딸아이 데리고 친정가서 친정엄마 병간호하랴, 살림하랴, 딸래미 돌보랴, 아버지 술마시러 다니는거 잡으러 다니랴, 사고치시는거 뒷수습하랴.....
두달을 그렇게....
신랑 혼자 집에 있고 저 친정에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친정 엄마 입원하신 병원에 병간호 가면서 밥굶지 마시고 드시라고 3만원 드리고 갔더니 그 돈으로 또 술을 드셨더군요.
아버지 면전에서 제가 제 뺨을 후려쳤습니다.
알콜로 정신없는 아버지 돈을 드려서 그 돈으로 술을 드시게 한 이 딸이 잘못이라고 아버지앞에서 제 뺨을 후려치면서 울부짖었습니다.
우리 딸아이 놀라서 기절하더군요,
그래서 괴롭다고 그 밤에 또 나가서 어디선가 술을 구해 드시고 오십니다.

우리 큰 딸. 낳았을 때도 친정 식구 아무도 못 왔습니다.
그때도 아버지 알콜로 쓰러지셔서 아무도 못 올 형편이었습니다.
아이낳고 나오는데 친정식구들 아무도 없어서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외갓집에서 엄마 아프다고 병원비로 보내주신 30만원을 몽땅 찾아서는 당신 핸드폰을 만들어 오십니다.

그후.....
정신병원에서 퇴원하신 아버지는 입원한 동안 술이 깨서 정상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술만 깨시면 너무 좋으신 분입니다.
병원에서는 엄마 장례준비하라고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는데 감사하게 살아나셨습니다.
그렇게 일이 잘 해결된 줄 알았는데.
그게 한 달을 안갑니다.

친정에 남동생 하나 있습니다.
그놈은 아직도 철이 안나 집에라곤 안들어오고 들어오면 온 집안을 들쑤셔 돈을 받아나갑니다.
그놈 나이가 26입니다.

둘째 낳으려고 친정에 갔더니.
남동생놈이 보험도 없이 남의 차 끌고 거들먹거리다가 사람을 치어서 치료비만 3000만원 나왔습니다.
친정아버지가 다 날린 재산, 남은 건 집한채인데 그거 팔아서 내놓으라고 난리입니다.
그 집도 할머니, 할아버지 똥오줌 받아내시고, 사촌언니 오빠 키워주시고 우리 엄마가 물려받으신 재산입니다.
그게 잘 안팔리자 이놈이 사채를 끌어 썼습니다.
그러구 배째라구 도망갔습니다.
한두번이 아닙니다.
작년에도 사채빚 갚아줬습니다.
정말 대책 안섭니다.
더 대책이 안서는건 아버지입니다.
또 알콜중독입니다.
저 몸조리 하나도 못했습니다.


알콜중독이 뭐 대수냐고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매일 전화해서는 죽는다고 약 옆에 사두었다고 하셔서 119에 신고도 하고, 엄마가 도망갔다는 둥, 동생이 사고를 냈다는 둥.
헛소리까지 하십니다.
사실을 확인할 수 없고, 너무 멀어 가 볼 수도 없는 이 딸은 속이 다 탑니다.
토하고, 설사하고, 그래도 잠깐 하는 사이에 어디서 구했는지 술을 마시고 옵니다.

친정에 한 번 가려면 적어도 7시간 이상 걸립니다.
친정에 가진 재산 하나도 없습니다.
아버지가 쓰러지니 엄마가 겨우 일을 해서 사십니다.
그렇다고 우리 형편이 좋아서 도와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아버지가 사고치시고 난 빚 벌써 500가까이 엄마 몰래 해드렸습니다.
대부분이 술 빚입니다.

게다가 여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시아버지같으면, 시동생같으면 벌써 인연 끊었습니다.
그래도 나를 이만큼 키워주신분인데 마지막 몇 년 알콜중독이라고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는 나자신이 더 밉습니다.
물론 저 고생 할만큼 했습니다.
돈 없어 밥굶어가면서 아르바이트 온갖거 다 하면서 대학 졸업했고, 마음좋은 남자 만나 아무것도 안하고 정말 숟가락 몇개 해서 결혼도 했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줄곧 장학금 받고 다녔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니 그런거로는 부모님 은공 발바닥에도 못미치더군요.
그래서 더 친정이 진저리치게 징그럽다가도 그런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시댁이 아무리 힘들게 해도 인연 끊지 않으렵니다.
친정이 아무리 징그러워도 신랑이 나쁜 말 하면 듣기 싫고, 그래도 내 식구라 이해하고 용서하려고 하니까요.
시댁에도 내 식구려니 하고 그렇게 하렵니다.

오늘도 아버지는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전화로 우십니다.
막 짜증을 냈습니다.
더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이 화가 났습니다.
곧 다시 전화로 용서를 빕니다.
제가 화냈다고 그 핑계로 술 더 드실까봐요.
친정아버지가 얼마나 여리고 어리신 분인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워할 수도 없는 이 현실...
엄마 혼자 감당하고 계실거를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습니다.

정말 살기 힘듭니다.
신랑에게 내색않기도 힘듭니다.
맏딸이라는 짐이 갈수록 더 무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