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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쩔 수 없나 봐


BY 햄버거 2001-10-19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동대표 아저씨가 그러시더군요.
요즘엔 엄마들 무서워서 아이들 야단도 못 치겠다구요.
아파트 계단에서 태연히 오줌싸는 아이가 있어 나무랐더니 다음 날 애엄마가 찾아왔더래요. 아저씨가 뭔데 우리 아이 야단치냐고 하더랍니다. 세상에 그런 엄마도 다 있냐고 흉을 보며, 제 자식 귀한 줄만 아는 이 현실을 개탄스러워 했더랬죠.

바로, 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입니다.
유치원 친구를 처음으로 초대한 딸아이가 기특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롯데리아에 갔습니다. 구석 한켠에 볼풀장이며 미끄럼틀이 있어서 햄버거도 먹이며 놀게 하려고 했답니다.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금방 친해져서 함께 놀더군요. 그 엄마는 바로 제 등뒤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사람이었습니다.
'어, 저 기집애가'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저희 딸이이에게로 가는 것이 었습니다. "너, 몇 살이야' 앙칼진 소리가 들리고 기죽은 우리아이 손가락 다섯개를 펼쳐보입니다.
우리 아이가 밀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려니 했습니다. 같이 놀다가 밀 수도 있고, 또 다른사람에게 혼날 수도 있으니까요.
자리로 돌아돈 그 엄마 일행에게 말합디다. 자기애 다쳐서 기분좋은 사람 어디 있냐구요. 맞는 말입니다. 거기까진 괜찮았습니다.
끊이지 않는 그 엄마의 악담. 다 큰 기집애가 어쩌고 저쩌고,,,, 저는 서서히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다섯 살 먹은 아이 크면 얼마나 크고, 세 살 먹은 아이 어리면 얼마나 어리겠습니까. 누가 때려도 누가 밀어도 금방 친구하며 다시 놀기에 바쁜 아이들입니다. 그냥 엄마들이 보기에 안쓰럽고 내 아이 당하는 것 같아 억울할 뿐이지요.
하지만 전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사람들이 있건 없건 큰소리로 딸아이를 불러내어 야단을 쳤습니다. '왜 동생을 미느냐, 조심할 수 없으면 그 아이랑 놀지 말아라. 왜 재밌는데 와서 야단을 맞게하냐 '등등. 물론 뒷테이블을 의식한 행동이었죠. 하지만 곧 후회했습니다. 뒷테이블의 그 엄마. 별로 개의치 않더군요. '하긴 누구한테나 제 자식은 귀할테니까' 그 한마디 들은 게 고작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니 오줌싸는 우리아이 왜 나무라냐는 그 엄마와 제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저도 이렇게 아이에게 만큼은 몰지각한 엄마가 되어가나 봅니다. 자식눈에 눈물나면 어미 눈엔 피눈물 난다는 그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아이때문에 앞으로 겪어나가야 할 맘고생을 생각하니,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겠더라구요.

조금전 아이에게 아까의 그 일을 설명하려 했습니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아이. 제가 내린 결론은 '엄마들의 오바' 였습니다.
내 아이의 일에 객관적이고 초연해질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