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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왜 이러지?


BY 한심탱이 2001-11-16

요즘은 정말 한마디로 살맛이 안난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데 혼자 상상으로
별별 생각을 다한다
남편과 이혼하는 생각 시댁 식구들과
마구 싸우면서 내가 악다구니를 치고 덤비는 상상등
사실 이런 상상은 괜히 어느날 불쑥 내 머릿속에
떠오른게 아니다
결혼 4년차에 연년생으로 아이셋 막내가 7개월
사내아이만 키우고 있고
아이들때문에 우리 부부는 각방 쓴지 꽤 오래됐고
막내 임신과 더불어 부부관계도 사실상 끊어졌다
또 저번 막내 도련님 결혼식에 가서 식구들 모인 자리에서
공격을 당했다 시댁식구들한테
얘기가 넘 길어서 하기도 힘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모에게 사내아이 둘을 맡겨놓고
막내 낳고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가 시모가 몸살감기에
입이 전부 부르터 버린 사건이다

친정에서 바라지 할 사람이 없다.........(친정부모가 날 키우질 않고 할머니와 이모가 키우셨다 근데 할머니께 잘해드리지도 못하고
이름뿐인 친정도 못챙긴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
남편은 어디다 촛점을 맞춰야 할지 몰라서 제대로 못한단다
변명이지 내가 하는 만큼만 같이 신경써줘도 될건데
할머니나 이모들에게 내가 인사치레 하는건 오바라고 생각하니까)
우리는 별로 잘살지 못하는 서민인지라
사람 불러 쓰는 것도 엄두가 안나고 해서
시모님과 신랑이 우겨서 그렇게 한건데
아이둘 바라지 하실때와는 건강도 안좋아지시고
해서 내가 그렇게 반대를 했지만
결국은 나만 못된뇬되고 만것이다
물론 사람 쓴것만큼은 아니지만 넉넉한 용돈과
산후조리원 앞에 있는 백화점에 허접한 몸을 이끌고 가서
시모 옷까지 샀다
결혼할때는 딸처럼 뭐처럼 대한다더니......
만약 아닌말로 정말 딸네 집에 가서 손주 봐주다가 몸티나면
식구들이 당장 전화해서
야 너 엄마를 왜 그 지경이 되도록 했어? 엉?
마구 닥달하고 풀었을텐데
며느리 올케라고 물밑으로 그 동안 나모르게
안좋은 감정이 흘렀다는게
지금 생각해도 나중에 생각해봐도
유쾌하지가 못하다
나는 둘째 며느리이다
딴에는 한다고 갖은 애교에 용돈 꼬박 꼬박 챙겨드리고
옷도 많이 사 드렸다
그러나 그 모든것에 회의가 든다
오히려 자기 가족밖에 모르고 자기 할일만 잘하고
빈틈없는 무뚝뚝한 형님은 언제나 한결같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어쩌다 드리는 형님네 용돈은 귀하고
어쩌다 내려온다고 하면 야야 돈들고 힘든데 뭐할라고 오냐
하시면서 우리가 어쩌다 좀 소원하면
전화하신다 언제 오냐고
이해가 안간다
이해가 안간다기 보다 내가 형님보다 정말
바보 같이 처신하고 살아온거 같다
왜 그리 남편이 하잔대로 다 따라서 고분고분 하고 살았을까
여러분도 아다시피 난 4년내내 임신 출산 임신 출산임신 출산의
반복이였는데
내 자신이 미련곰탱이 같아 너무 한심하다
삼일전부터 난 몸살중이다
결혼전에도 직장일이 힘들어 일년에 한두차례 겪어봤지만
그건 몸살도 아니였다
목에는 멍울이 서고 코에는 뽀드락지 편두통
온몸은 여기 저기 난리고 춥다가 덥다가 뼈까지 아픈거 같고
막내까지 장염이 어제부터 걸려서 힘든 지엄마 아픈 꼴도
못본다
나는 지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거 같다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린 느낌이다
거기에다 남편까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우리 시어머니는 남편 헨드폰으로 전화한다 항상
내가 집에서 전화 받아도 남편 바꾸라 하신다
난 완전히 무시다
그러지 않아도 둘째라 집안 대소사에 항상
늦게 다른 사람에게 대충 전해듣곤 해서
기분 안좋은데
난 정말 뭔가 애만 놓고 밥하고 청소하는 식모인가?
그렇다고 남편이 곰살맞아서 내 기분을 위로해주고
풀어주지도 않는다
아파 죽는다는데 머리에 손한번 올려보지도 않는다
딱 한번 올려봤다 첫날(열있나 없나 보려고 한거지 진정내가
이뻐서 만져보고 싶어서 그런건 아닐것이다)
그 담 부턴 계속 와서 한다는 소리가
차도좀 있어?
그러고는 내가 손놓은 가사일 참 잘한다
나보다더 깨끗하고 깔끔하게 말한마디 없이....
나는 남편이 속내를 비추지 않는게 싫다
내가 불리한거 같다 난 말도 많고 나름대로 적으나마
애교도 좀 있었다
말많은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좀 줄었고
애교는 이제는 절대 피우지 않는다 왜?
남편이 받아주질 않으니 나도 실없는 여자가 되고 만다
그 흔한 유머나 넌센스 퀴즈 하나 모르는 남편
내가 어쩌다 웃겨주려 하면 찬물만 끼얹는다
누구한테 듣기론 말도 잘한단다
상사 부인하고 부르스도 췄단다(물론 접대차원이였겠지만)
그런데 왜 내 앞에서는 그리 무디고 무뚝뚝한
사람인지 모르겠다
내가 그리 멋이 없나 내가 싫은가? 사랑하지 않는걸까?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솔직히 시집식구들도 틈만 나면 스트레스 주려고 하는거 같고
(잘 해 주려고도 하지만 항상 촉수를 세우고 있다는 느낌)
아이셋 키우기도 버겹고
남편도 삐리리 하고
사실 내가 요즘에 변하기도 했다
발단은 시모가 칠순 잔치 선물로 수건에 이름을 새겨 넣었는데
돈은 우리도 형님네랑 똑같이 내고 고모들도 알아서
냈는데 시숙님 이름 석자만 달랑 올라가 있는 것이였다
바보 남편은 그저 주고만 싶어서 안달이지만
못된 며느리는 그것도 서운했다
그러더니 하나 하나 모든게 나 한것만큼 대접안해준거 같아
갈수록 서운해졌다
어떤 며느리들은 시댁에 발끊고 산다고 하는데
첨엔 내가 무신 효부인양 어머 어째 그런 일이?
했지만 난 그정도 선은 아니지만
슬슬 머리속에서 안갈 궁리 너무 시댁 기류에 휩쓸리지
않고 살겠다는 궁리가 생기니 이일을 어쩔까나
사실 그 한가지 실천으로
맨년 휴가를 시댁에서 지냈다 어머님 혼자 사시는 집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안갔다 형님네는 한번도 휴가를 시댁으로 가지 않았다 한다
아이들 때문이라도 안간게 아니라 못간것이지만
미련스럽게도 살았다
밤늦게 두서없이 글을 써서 읽는분들이
조금 혼란스러울수도 있었겠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처신하고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런지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프다
물론 답은 항상 내안에 있겠지만
내답이 항상 정답일리는 없으므로
여기에 글 올려본다
끝으로 ~ 한다 식으로 쓴글 양해하여 주시고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