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남편이랑 아이에게 마구 짜증을 부렸습니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에 바쁘게 상차리고 화장하고 다니는데, 자기 양복바지 어딨냐고 묻는 남편에게 와락 짜증이 치밀더군요.
늦잠을 자서 안일어나는 아이 억지로 깨워서 옷 입히고, 밥 안먹는다고 떼를 쓰길래 밥 먹지말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저녁에 좀 와이셔츠랑 챙겨놓으면 안되냐고 남편에게 마구 짜증을 부렸습니다.
우리는 맞벌이입니다.
아침엔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밥을 해서 밥을 먹고, 아이와 나, 그리고 남편까지 챙기려면 아침 내내 동동걸음이죠.
그래서 전 화장도 대충하고, 옷도 손에 잡히는대로 아무거나 입고 나서기가 일쑤입니다. 남편은 제가 아무리 잔소릴 해도, 꼭 아침에 나서면서 지갑 찾고, 핸드폰 찾고, 양말 찾고...그렇게 헤매고 다닐때가 대부분이죠.
아이는 징징대고, 남편이라는 사람은 도움은 커녕 오히려 일을 만들어 주니 짜증이 안나겠어요. 도대체가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아침엔 기어이 아이도 울리고, 남편에게도 뚱한 표정으로 인사도 않고 출근을 했죠.
그래도 아침부터 내가 왜 그렇게 걷잡을 수 없이 짜증을 냈을까 싶어서 약간 반성은 되네요.
사는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자존심 상해가면서 직장 다녀서 늘 남편에 시댁식구에, 아이 뒷치닥거리만 하고 사는 것 같고, 어딜 봐도 마음 편한 구석이 없네요.
작년에 친정엄마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쓰이면서도 시간 한번 내기가 힘드니, 주말에 시간내서 친정 한번 내려가려면 일주일 내내 고민하고, 눈치를 봐야하죠.
시부모님들은 올해부터 갑자기 농사를 지으신다고 그러시면서 낮에는 일하고 오셔서 밤이면 끙끙대고 늘 여기저기가 아프시다고 우는 소리를 하시죠. 집에 그냥 있으면 답답하시다면서 시작하신 일인데, 요즘은 주말에 자식들이 안 들여다본다고 서운해 하신답니다.
착한 딸 노릇은 제대로 못하면서, 착한 며느리 노릇을 하느라 시댁에 용돈 드리고, 아프시다면 병원 모시고 가고, 가끔 모시고 나가 저녁 사드리고, 휴일이면 모시고 구경 다니고, 주말이면 시골가서 일 거들고...정말 가끔은 속에서 울컥하고 치미는 것 같아요.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면 시댁에 아이를 데리러 가서 저녁을 차리고, 치우고, 집에 돌아와보면 아침에 서둘러 나간 그대로 집은 엉망이죠.
그럼,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침에 먹을 반찬거리도 만들고 나면 어느새 잘 시간이 된답니다.
남편은 그나마 잘 도와주는 편에 가깝지만, 그래도 어쨌든 남자인데, 아무려면 저만큼이나 하겠어요?
똑같이 퇴근하고 들어가도, 당신 아들은 피곤하니까 누워서 한숨 자야하고, 전 부엌에 들어가야 하죠.
집에 올라와서도 겨우 아이와 좀 놀아주고, 잠들기 전에 씻기는 정도, 그리고 가끔 자기 와이셔츠 정도는 다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오늘 아침엔, 내가 이렇게 답답하게 사는게 다 이 남자 때문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나면서 남편이 너무 보기 싫더군요.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 않고 그냥 친정부모님한테 효도하면서 자유롭게 살걸 그랬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렇게 한번 짜증이 나면 며칠이 가는데, 남편은 또 아무것도 모르는척 그렇게 시침을 떼겠죠.
며칠동안 어디론가 훌쩍 도망이라도 다녀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