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몇년을 살면서 싸움도 하고 말다툼도 하고 살았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안좋은 부부도 아니예요.
만족스럽진 않지만, 남편도 그만하면 괜찮은 남편이고 저도 괜찮은 아내죠.
그런데 남편의 손길 닿는게 싫으네요.
언제부턴가 남편이 절 만지는게 싫어요.
잠자리도 마지못해 요구에 응해주긴 하지만, 마음은 정말 마지못해..예요.
TV 볼 때, 어깨 감싸 안는 것도 싫고, 손잡는 것도 싫으네요.
왜 그럴까 혼자 고민이 많이 되요.
내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요.
사랑해서 한 결혼은 아니었죠.
나이가 되었고, 그땐 이 사람과의 결혼이 최선이었으니까요.
결혼하고 첫날밤을 치루고는 마음이 너무나 울적했어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렸다는 생각과 이 사람과 한평생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꽉 메이는거 같았어요.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데...
그래도 좋은 사람이고, 살면서 정도 들고, 참 고맙고.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왜 남편의 손길 닿는게 싫을까요.
성적인것만 이야기 하는게 아니고 전반적으로 다.. 그냥 살이 부딪치는게 싫어요.
살다보면 누구나 이런 느낌 한번씩 가지는건데 내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건지..
꽤 오래 되었어요.
남편에게 성실한 아내이긴 하지만, 남편의 눈길도 싫고, 손길도 싫고...그냥 오누이처럼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사이좋게.
남편 만나기전, 사랑을 했었어요.
사람 쉽게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데, 많은 사람을 사귀어 봤지만 사랑한다는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는데, 그 사람은 사랑했었어요.
내 감정의 밑바닥을 다 드러내 생각해 보아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서로 사랑한다는 말 하지 않아도 말없이 느낌으로 서로의 사랑을 알았었어요.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 할 필요도 들을 필요도 못느꼈던 사람이 있었는데, ...
헤어졌어요.
헤어지고 싶지 않았는데 헤어질 마음이 먼지만큼도 없었는데 어떠어떠한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었거든요.
그 사람과는 손잡은게 전부라는 말은 꼭 해야겠네요.(혹시 오해하실까봐)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문득문득 생각이 날 때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지는거 같고, 마음속에 한처럼 남아있어요. 그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것이..
이런 마음때문에 남편의 손길이 싫은건지 알 수는 없지만, 자책도 되구요.
저 되게 고리타분하고 미련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한사람에게 한가지만 줄 수 있는게 아닌가, 내가 마음을 그 사람에게 이미 주어버렸으니 남편에게는 줄 마음이 없는게 아닌가...
살면서 남편과 정도 많이 들고, 생각해 보면 내겐 고마운 사람이고 마음속으로 고마워하고 귀하게 생각하는데도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놓지 못하고....
별 관련이 없어보이는데도 남편의 손길이 싫으니까 혹시 내가 옛사랑을 간직하고 있어서 그런건 아닌가 싶어 죄책감 같은 것도 들고.
겉으로 보여지는 우리 가정, 행복하죠.
바쁘긴 하지만 가정적이고 내 의견을 존중해 주는 남편, 아이들 재롱, 나 또한 성실한 아내이긴 마찬가지지만...왜 남편의 손길이 닿는 것이 싫을까요.
혹시 난 남편의 성실한 가정부로 살기만을 원하는건 아닐까...남자와 여자가 아니고, 때론 오누이처럼, 때론 부모 자식처럼, 때론 친구처럼.
남편이 필요하긴 한데, 사랑하지는 않는거 아닌가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면 남편에게 너무 미안하고 ...
살다보면 나아질까요.
좋다 좋다.. 자기최면이라도 걸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