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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잊게 해주세요.


BY 키키 2002-04-11

저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이 있습니다.
차라리 제가 기억상실증이 걸리거나...
고통을 모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이들면서 자꾸 기억력이 감퇴함을 느끼건만...
도대체 왜 이 기억만은 자꾸 살아나고, 가지를 쳐서
절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들고... 통곡하게 만드는지...

어떻게 하면 나쁜 기억을 쉽게 잊을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그 기억이 살아나도 고통을 받지 않을 수 있나요?

하하...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이렇게 힘들고, 슬플줄 알았다면..
그 때 이혼을 하는건데!!!

그래요. 남편의 바람 때문입니다.
이미 같은 일을 당한 여러분들의 글도 읽었고,
제 글도 올려서 많은 위로도 받았습니다.
또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도 윤곽이 잡힙니다.

하지만 저의 마음만은 제 이성과는 달리
자꾸 나쁜쪽으로만 흐릅니다.

이러다 남편을 증오하게 되어 이혼을 요구하거나
제가 미쳐버리면 어떡하나요?

남편은 진심으로 뉘우친거 같고 전과 같이 아니 전보다 더
잘하는데 그의 마음에 고통을 주면 어떡하나요?
본인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자신의 한심함에,
사랑하는 아내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죄책감에 충분히
고통받고 있는 그에게...

이제서야 후회합니다.

그때 남편의 뺨이라도 후려치지 못한,
그 여자를 찾아가 발칵 뒤집어 놓지 못한,
남편하고 바람피는 거 알면서도 그 여자와 웃으며 대화 나눈,
제 딴엔 우아한 대응이라 생각한, 본능에 충실하지 못한
저의 바보스러움을 후회합니다.

그냥 남편만 제자리로 돌아오면 모든 것이 좋아질 거라
생각했던 저의 멍청함을 후회합니다.

금정역에만 가면 눈물이 나는 저의 모습에...
기한도 차지 않은 전세를 빼서
요즘처럼 비쌀 때 도망치듯 이사가는 저의 모습에...
그러면서도 힘들지 않은 척, 다 잊은 척하며
출퇴근이 힘들어 이사간다하고...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자신에게 분노가 치밀기도 합니다.

제발...
제가 더 심하게 고통을 느끼게 해 주세요.
부분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