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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제마음도 불편합니다..


BY 세헤라자데 2002-05-04


10시도 넘었는데... 아버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뭐, 잘 지내느냐 별일없느냐는 말씀인데... 님들도 아시겠죠? 이런때 어른이 전화하시는 의도가 뭔지...



신랑은 당직 선다고 오늘 안들어오고... 혼자 뭐 먹기도 그래서 커피 한잔 끓여마시고서... 배는 고픈데 먹기는 싫구나... 하고 잇는데 전화가 왔네요..



일주일째 끌고 있는 감기로 목소리가 확 틀린데... 눈치가 없으신건지 관심이 없으신건지 너 목소리가 왜 그러냐 소리 한마디 없으시네요. 아픈덴 없느냐 한마디만 하셔도 좋을것을...



직접적으로 돈달란 말씀은 아닌데, 왜 살살 돈얘기 언저리를 돌면서.. 뭐, 지난번에 여행갈때 말도 없이 갔는데..(시부모님들 놀러가셨는데 말씀 않하고 가셨거든요.. 그때 달라 못한 용돈 달라 소리죠..) 늙으니까 몸이 아프다는 둥... 반찬거리가 없다는 둥... 이말 저말..



뭐 할말 있겠습니까? 월급쟁이 없는 살림에 돈나가야 된다 하니 그냥 힘이 쭉 빠집니다... 전같으면 예예하고, 걱정마세요, 온라인으로 부쳐드리겠습니다 할건데 내 몸이 아프고 힘들고 하니 대답이 순순히 안나옵디다.



게다가 5월엔 왜이리 결혼하는 분도 많은지, 회사사람들이 부주해준거 몽땅 어머님께 갔는데 우린 그 빚을 갚으려니 경조사비가 엄청 부담이 됩니다.



저요.. 여기 아컴에서 배운 표현이 하나 있지요...'먹고 죽을 돈도 없다' 는 거요.. 그냥 눈 딱 감고 아버님께 그랬습니다. "저희도 요즘 힘들어요. 아버님. 먹고 죽을 돈도 없습니다." 그러냐? 하시네요..



"벼락맞아 죽는 대도 좋으니까, 생전에 돈벼락 한번 맞았으면 좋겠네요. 아버님. 당첨바라고 복권 살래도, 꽝될 돈 아까워서 복권도 못사고 있어요, 아버님. 저 어떡하면 좋을까요?" 하니... "복권 당첨 되는거 좋은거 아니다." 한말씀 하시네요. 그냥 그러구선 간단히 얘기하고 끊었네요.



아마 아버님... 속 불편하시겟죠? 근데요.. 전들 속이 편한건 아닙니다. 그야말로 대단한 효도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달라는 대로 드리고, 달라기 전에 드리고, 뭔일 있으면 100만원씩 턱턱 내놓고, 가볍게 2-30만원씩 턱턱 드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도 어른들이 얼굴에 희색을 띄면서 "어이구, 뭘 이렇게 많이.." 하면 "뭘 이 정도 쯤이야 어머님 아버님 위해 못하겠어요.. 걱정마세요.. 저희 넉넉해요." 할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전들 못드리고 조금드리며 속이 편하고, 전들 없느니 어쩌니 죽는 소리 하며 기분이 좋을까요...



그냥 어떤 때는... 뭘 그렇게 바라시나 싶어서 염증도 나고 짜증도 나고, 어떤 때는 힘들게 사셨으니 받고 싶겠지 싶다가도, 아들 잘 키워놨으니 이젠 받을일만 남았다 하시면 뭘 그렇게 잘 키웠는데요 싶고, 돌아가시기전에 잘하자 싶다가도, 아버님은 예순넷, 어머님은 예순 걸핏하면 놀러다니시고 모임에 계에 다니시고, 그런 자리에서 우리아들이 얼마줬네 뭐해줬네 서로 자랑한다는데, 그 한순간 자랑위해 월급쟁이 빤한 월급에 생필품도 못사가며 돈 드려야 하나 싶으면 한숨나오고..



모르겠어요.. 요즘 어른들은.. 그러신다죠. 자기들은 위로 치이고 아래서 받히는 세대라고. 어머님들은, 자기는 시집살이 당했지만, 시집살이 시키지는 못하는 세대라고 그러신다죠.



근데요... 제 생각엔 우리세대가 더 딱한거 아닌가 싶어요. 벌어서, 부모봉양하고, 애키우고, 우리 먹고살고, 우리노후까지... 게다가 우리는 자식봉양 기대못하잖아요. 여기저기 뜯길데는 많고 받을 곳은 없고...



넋두리가 너무 기네요... 게다가 뭐, 해법도 없는 넋두리구요... 며느리 감기걸려 콜록거리는데, 너 아프냐 소리 한마디 없고, 저녁 먹었느냐 소리 없는 아버님 위해, 요번달엔 어느 항목의 지출을 줄여야 될까 생각하니... 그냥.. 심난해서요... 심난하네요.. 잠이 올거 같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