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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가장 잘 하는 말.. 우리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BY 커피우유 2002-08-17

나 결혼 초에는 시집분제로 엄청나게 싸웠다. 그때마다 남편은 시집 편이었다.
싸우는 거 자체가 진저리나서 내 나름대로 마인드컨트롤도 하고 이쁘게 봐줄려고 엄청 노력해서 지금은 좀 편해졌는데, 요즘에 다시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주 시어머니, 병원에 입원하셨다. 몸이 안좋아서가 아니라, 재활치료 때문에, 통원이 불편해서 입원한거다. 시어머니가 허리디스크가 있어서 그거 치료하러 들어간거다.
사실, 시어머니는 참 팔자 좋구나 생각들고 한편으론 우리 친정엄마 때문에 속상하다. 친정엄마는 시어머니보다 나이도 많고 허리디스크에 목디스크인데, 돈 때문에 한복가게 하신다.
한복가게라는게 계속 허리 숙이고 바느질 하는 일인데, 그게 디스크환자에게 얼마나 치명적인가. 그래도 돈 때문에 병원치료 엄두도 못내는데, 시어머니 재활치료 들어간다고 울 남편 걱정이 태산이다. 솔직히 그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속이 뒤틀린다. 갖잖다.

울 남편 병원가는 대신 전화나 매일 드리자고 했는데, (남편은 공부중이라 시간이 없다) 하루도 안거르고 하루에 2번씩 전화한다. 당연하다. 자기 부모 자기가 챙기는거.
남편이 병원 안가봐도 된다고 했는데, 그래도 안가보면 맘도 불편하고 나중에 또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몰라, 일욜날 한번 찾아가자고 했다. 남편은 시큰둥한 듯 하면서도 그러자고 했다.
그런데 지난주 화요일인가, 저녁에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어머니랑 통화했는데 목소리가 안좋다고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나중에 들은 얘긴데, 혼자 누워있으려니 불편하고 심심하고 그래서 그랬다고..
그 잘난 아들들, 남편 뒀다 뭐하나, 아무도 지긋이 앉아 간호해줄 사람 없는데, 그래도 아들이 최고인 시어머니…..
그 날은 어머니 전화에 두 아들 다 뛰쳐오고, 셋이 도란도란 얘기하고 왔다고 한다.

나는 일요일에 남편과 같이 병원에 갔다 오려고 하는데, 어제밤, 남편 집에 들어오면서 어머니 토요일에 퇴원한다고, 그럼 일요일에 집으로 가야겠다고 한다.
으……… 시집에 가기 정말 싫은데…
일 주일 전에도 제사라서 주말을 보냈는데, 또 가려니 그것도 밸에 꼴린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토욜날 갔다올까? 그럼 당신 일욜날 쉴 수 있잖아.. 자고 오자는 얘기다. 분명, 시집가서 자는 거 불편하다고 얘기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화목을 위해 내가 몇번 자진해서 자고 왔는데, 어찌 이래 내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는지.

8월 들어 친정은 간 적이 있냔 말이다. 자기 부모 챙기는 것 보면 아주 눈물난다.
아침에 전화해서는 시어머니한테 전화해보란다. 알았다고 끊었는데, 속 뒤집어져서 하기 싫어졌다. 어차피 내일 가면 죽도록 일해줄 걸, 이제 하기 싫은 거 억지로 안 할 거다.

첨엔 효자짓에 마마보이라는 둥, 정신적인 독립을 못했다는 둥 별의별 애기도 다 하고(근데 사실이다, 아직 철이 덜 든 것 같다) 섭섭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어이구, 저 철딱서니, 나중에 나한테 된통 당해봐라.. 라는 적개감뿐이다.
속상하다.
시집과 떨어져 살아도, 난 항상 같이 사는 것 같다. 독단적인 시아버지 비위맞추느라 온 가족이 벌벌 떨고, 백수건달 시동생도 꼴보기 싫고, 남편은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내 동생, 내 동생, 내동생……
정말 짜증난다.

난 결혼해서 한 일이라곤 돈벌어서 남편공부시키고 살림하고 시집비위 맞춘 일 밖에 없다
요즘 그런 생각으로 우울증이 오려는 거 같다.
그러다가, 시부모 맘에 안들면 마누라 눈치 볼꺼면 공부 때려치란 얘기나 하고(시아버지 혼자 승질나면 함부로 말하는 성격) 내가 이 집의 봉이다. 그러다가 친척들 모인 자리에서는 우리 며느리 아주 좋은 직장 다닌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고….. 친척들한테 조차 자기 아들 공부한다고 애기 안한다.
자기들 쪽팔려서 그런다. 며느리가 지 아들 먹여살린다는 말 죽어도 하기 싫어서…

어쨌든, 오늘은 폭발이다.
정말이지, 스스로 챙기고 싶다가도 남편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소리에 눈 뒤집히고, 속 다 뒤집힌다. 요즘 양치할 때 유난히 구역질이 많이 나더니, 다 이유가 있었나보다.

내 마음 정말 정해진 거 같다.
니 부모 니가 챙겨라, 난 니가 안챙기는 우리 부모님이나 챙길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