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4년째. 나는 갈수록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맘 속으로는 수도 없이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생각과 생각이 부딪치는 마찰에 나도 괴롭다. 이성적인 것과 감정적인 것은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남편의 형이 유학을 갔다. 메일이 왔는데, 내가 보지 않는다고 친절하게도 프린터까지 하여서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그때의 남편의 표정이란 ... 꼭 시험 백점 맞아온 아들이 칭찬해 주길 바라는 그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틀뒤. 열심히 나혼자 인어 아가씨를 보고 있는데... 자꾸 부른다. 그래서 가 봤더니 .. 또 형의 메일이 왔다고 보란다. 알았어... 그냥 그러고 보지 않았다. 그냥 거실로 와서 tv를 마저 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기류가 보였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 한마디도 없이 .. 그렇게 오늘 ...사흘이 지났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새벽 6시. 혼자 다른 방에 잠자던 남푠이 나에게 와서 자기 잠자던 방으로 가잰다. 나, 암말없이 따라가서 그냥 있었다. 그러더니 ...나보고 고래힘줄이란다. 그리고 오늘 외식하자.... 나. 아무 말없이 그냥 있었다. 입을 떼어 말하기 싫었다. 그랬더니 결국 메일 안 봐서 삐졌다는 말은 없이 계속 나에게 실망했다고 한다. 결국 내 입에서 "늙어서 보자"는 말이 나왔다. 봇물 터진 입에선 과격한 내 성격 그대로 " 이 치사한 넘아. 신문에 내고 인터넷에 올릴 일이다. 시숙 메일 안봤다고 삐치는 놈이 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냐?...." 울 남푠. 그래. 니 똑똑타. 어떻게 여자가 다소곳한 맛이라고는 없고, 신랑에게 져 주는 맛이라고는 없고 시댁이라면 쌍심지를 돋구냐... --------------------------------------------- 각설하고. 나 결혼할때 내가 직장생활해 모은 돈으로 전셋방 얻었다. 진짜 시댁에서 숫가락 한 짝 해준 것이 없었다. 결혼식에 드는 비용 대출 했다고 ..결혼해서 2년 동안 갚았다. 물론 결혼식때 들어온 부조금 . 구경도 못했다. 결혼하고 보름만에 누나와 여동생(그때 대학생), 어머님이 우리들의 단칸방에 다니러 오셨다. 물론 그 흔한 수퍼타이 하나 휴지하나 없이 셋이 보무도 당당히 오셨다. 이박 삼일동안 열심히 음식하고, 주변 관광하고. 가시는 날 돈 십오만원을 드렸다. 그때 우리 신랑 월급 사십오만원. 그런데 어머님이 그 돈 안 받는단다. 그러더니 아들과 저만치서 앞서서 가면서 그런다. "내 아들이 뼈 빠지게 번 돈을 지 년이 생색을 낸다고. 나는 아들 손으로 돈 받고 싶다고..." 그돈 받아서 가셨다. 아들 손으로. 그래도 나는 내가 열심히 잘해 드려야지... 그냥 그런가 보다. 그렇게 십년을 지냈다. 시댁 아들 삼형제. 나 막내 며느리. 그래도 신랑은 나에게만 며느리 노릇을 강요했다. 내가 어머님의 불편부당함에 대해 한마디 하면 이혼을 하네 마네.... 결혼해서 이때껏 우리 둘 부부문제로 싸운 것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시댁 문제로 이혼 얘기가 오갔다. 친정은 농사를 한다. 한해 추수가 끝나면 엄마가 일년 동안 먹을 고춧가루와 쌀을 주셨다. 그런데 우리 어머님. 나보고 그런다. 욕심도 많다고. 나누어 먹을 생각은 안 하고 혼자 다 먹을려 한다고. 하지만 나는 우리 엄마 혼자 그 고생 해서 주신것. 쳐다보기만 하여도 아깝다. 다른 것은 사서도 주지만 엄마가 주신 것은 정말 아낀다. 어느땐가 우리 어머님 오셔서는 결국 냉장고에 있는 고춧가루를 보더만 당신 딸 준다고 가져 가셨다. ---- 지금은 어머님 오신다면 이것 저것 감추기 바쁘다. 그냥 감추고 싶다. 왜 나는 자꾸 속이 밴댕이 같을까/ 왜 남푠 말마따나 모든 것을 감싸고 천사표 며느리 천사표아내가 되지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