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혼한지 다섯달된 새댁입니다..
이번 추석은 결혼하고서 맞는 첫 명절이구요..
그래서 많이 쫄고..많이 걱정하고.. 많이 스트레스 받고..그랬지요..
저희 시댁이 좀 복잡하거든요..
시댁 어른은 신랑이 초등학교 다닐 때 이혼을 하셨어요.
아버님은 재가를 하셨고.. 그 사이에 1남 1녀를 두셨어요..
어머님은 신랑이랑 아가씨랑만 쳐다보면서 혼자 사셨고..
결혼전부터 친정의 엄청난 반대가 있었지만..
나름대로 마음을 다잡고 결국엔 허락을 얻었지요..
신랑이 한 말도 있었고..
우리가 모셔야 할 분은 친엄마니까..
아버님 계신 쪽에서는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약간의 위로를 뒤로 하고..
두 시어머니께 잘하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두 시댁은 같은 지역에 있어요..
차만 타면 그리 멀지도 않구요..
그런데..
이번 추석 연휴가 짧았잖아요..
신랑이 장남이긴 하지만 아버님이 장남이 아니라서..
종손은 아닌 셈이지요..
물론 아버님은 신랑더러 2대 종손이라고 합니다만..
조상 모시기라면
이세상의 둘째라면 서러워할 분이 저희 아버님이시죠.
새시어머님도 그런 아버님과 같이 사셔서인지
친시어머님보다 연세는 적어도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랍니다..
(호칭이 어렵네요.. 그냥 이렇게 하렵니다.ㅜ..ㅜ)
물론 아버님 계신 곳에 먼저 갔지요..
거기서 제사를 모시니까..
추석 전날 8시간을 달려서 새벽에 도착했는데
(다른 때 같으면 8시간은 엄두도 못낼만큼 많이 막히는 거리)
아침부터 문을 두드려 깨우시더군요..
이것저것 일을 하면서
시어머님이 하시는 말..
자고로 맏며느리라 함은 명절날
친정나들이 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
웬 선전포고? 싶더라구요..
그래도 참았어요.. 신랑 입장을 생각해서요..
아버님은 신랑을 따로 불러서 추석 다음날 가라고 하셨대요.
참.. 저희 친정은 딸부잣집이에요..
딸 넷에 첫째,둘째,셋째를 맏며느리로 보내셨어요.
아직 막내는 미혼이지만요..
제가 둘째에요..
언니랑 동생은 맏며느리라도 잘만 오더구만..
저는 결혼 전에..
다른 형제들보다는 늦게 가더라도 갈 수 있다고
철썩같이 믿었어요..
두 시댁을 다 들러야 하니까..늦을 수 밖에 없다고..
위안을 하면서도요..
근데..문제는 추석 차례를 다 지내고..
가까운 친척들에게 인사도 다녀 오고..
저녁이 되어도 친시어머니 계신 곳에 가라는 말을 않으시는 거에요.
아버님이 신랑을 다시 불러서 가지 말라고 하셨다네요..
그렇다고 암소리 못하고 따르는 신랑이 바보 같더라구요..
추석이 오기 전에 그렇게 누누이
친엄마 챙기는 것은 아들 뿐이다..
며느리가 아무리 챙겨 봤자 아버님한테 얘기하지도 못할 것이고..
그렇다고 새시어머니가 챙길 것이라고는 기대 하지 말고..
아버님이 챙겨 주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대드는 한이 있어도 아들이 챙겨야 한다..
지금까지 신랑이 크면서 공식적인 자리에는
새시어머니가 나오셨어요..
대학 졸업식..결혼식..명절..
그렇게 늘 친시어머니는 찬밥 신세였지요..
신랑은 그런 친엄마가 안쓰럽고 애처로우면서도
새시어머니 말은 거역을 못해요..
가능한 조용조용 넘어가려는 입장이지요..
그렇게 추석 당일날은 그 곳에서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세상에.. 그 밤에 하는 일이라고는..
카드에.. 고스톱..
그런 것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닙니까?
물론 오랜만에 모이는 친척들이라고는 하지만..
친척이래봐야..작은아버님 식구들 뿐입니다..
그 친척들이 집안 사정 모르는 것도 아닌데..
그 시간에 친시어머니 있는데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새벽에 잠이 들어..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을 했지요..
벌겋게 충혈된 눈을 보니까..참 내가 불쌍하다 싶었어요..
그렇게 친시어머니 계신 곳으로 왔어요..
그런데 한바탕 난리가 난 거에요..
아버님께 단단히 섭섭하신 거지요..
아들한테 해야 할 말을 아버님께로 돌리는거에요..
엉뚱한 불똥이 저한테까지 튑디다..
그 앞에서 억울해서 꺼이꺼이 울음을 터트리고..
내 말대로 신랑 주관대로 했었더라면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갈 수 있는 명절을
저는 아주 악몽처럼 보냈답니다..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그쪽 시댁에서는
몇시간 앉지도 못하고..
친정으로 갔지요..
친정까지는 차가 밀려서 3시간만에 도착했답니다..
그렇게 또 친정에서 엉덩이 붙이자마자
밤차를 타고 저희들이 사는 곳으로 와야만 했지요..
이런 집안에서 제가 잘 버텨낼 수 있을까요..
억대를 호가하는 집을 아버님이 장만해준 터라..
경제적인 부담때문인지
신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말을 할까요..
사실 저는 말하고 싶었어요..
근데..모두들 말리더라구요..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지금은 참는 것이 약이라고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연륜이 있으신 분들이 많으시겠지요?
제가 수험생인데요..
아버님이 하신 말 때문에..
무슨 말씀인고 하니..
"니가 시험이 떨어지더라도 집안일에는 참석을 해야 한다.."
그 말이 무지무지 서운하더라구요..
친정이랑 시댁이랑 천지차이라는 것이 가슴에 팍팍 와닿더라구요..
이것저것 공부할 것도 많고..
집안일도 많고 한데..
명절날 쌓인 스트레스와 아버님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요..
남편에 대한 실망도 한몫 했겠지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옛날 말처럼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봉사 3년이라는
구닥다리같은 말대로 기다려야만 하나요?
정말 울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