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졸업후, 10년만에 연락해온 너였지.
연락처를 알고싶어서 학교에서 친정아버지 이름을 알아내고.
우리 시골집에 전화해서 내 전화번호를 물으며까지 나를 찾아냈지.
10년만에 나타난넌, 여전히 분위기 있고 좋아보였어.
다만 한가지. 네가 심하게 방황하고 있다는걸 빼면말야.
넌 은행원남편에 아들하나 전업주부. 난 맞벌이하는 직장인.
별로 다를것도 없지만 같을것도 없어보이는 서른중반의 너와나.
넌 50대 어떤이와 한참 사랑중이었어.
불륜임에도 사랑이라 믿던 너였지.
그렇게 착한남편, 넌 스스로 두사람의 남편을 섬기는거라고 말했어.
나, 솔직히 역겹더라. 차라리 남편에게 불만있고 힘들어서 였다면
그냥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해할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 남자에게 남편을 속이면서까지 돈끌어다 꿔주고 마음주고. 몸주고..
내눈에 넌 제정신이 아니었어. 네가 싫어졌단다.
넌, 그런 방황중에 유일하게 의논하고 싶은 사람으로 나를 찾았지.
나라면 그런거 이해해줄줄 알았다고 했지.
나. 이해못했어. 이해하기 싫었어.
난, 비록 먹고살기 힘들어서 맞벌이하고 있지만,
그래도 진실된 사랑하나 믿고, 남편하나 믿고 사는 그저 평범한 여자란다.
그런내가 너를 어떻게 이해할수 있었겠니.
네가 얼마후에 내게 그랬지.
서울어디서 문학강좌가 있는데 같이 수강해보자고.
시를 쓰고싶다고 했어.. 우리둘다 문학소녀였으니까.
나? 솔직히 코웃음 났다.
그렇게 이중적인 생활을 하면서 시를 쓴다고?
그게 시가 될까. 순수한 시가 될까하는 생각말야.
차라리 나처럼 그런거 모르고
평범하게 잘사는거 자체가 시가 아닐까 생각했어.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면, 그게 한편의 시 자체일거라고.
그러면서 내가 너와의 연락을 차츰 끊기시작했지.
솔직히, 나.. 너에게 물들까 싫었어.
그런사람이 내게 가까이 있다는게 무서웠어.
나도 사람인이상 안그런단 보장이 없는거잖아.
별 문제없이 행복하다 사는내가, 너의 그런것들로 인해 물들까봐 싫었단다.
그런데, 이렇게 또 가을이 되고보니 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나를 찾았을까.
그런 너에게 위로는커녕 피하기만 했다는게 이렇게 미안하고 속상하구나.
지금은 어떤거니. 여전히 그 사랑때문에 힘든거니?
그냥 네 생각이 나서 주절거려 봤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