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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의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강의


BY 진이맘 2002-11-03

방금 EBS에서 글러리아 스타이넘의 강의를 들었는데 정말 감동적이네요. 그동안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에 찌들려 별다른 의식없이 살면서 처녀때와 달리 무뎌진 제 감성과 이성에 좋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듣지는 않았지만 유명한 여성운동가라는데 과장이나 전투적인 모습이 아니라 온화하고 아름다움(얼굴이 아니라 풍기는 인상)이 느껴졌습니다. 올해 66세 할머니라는데 평생 자신의 소신대로 살아와서인지 정말 아름답게 늙고 찌들린 모습이 하나도 없더군요.

그녀는 강의를 하면서 미국과 부시 대통령을 많이 비판하더군요. 9.11테러는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랍니다. 매일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폭력과 살상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행해지고 있는데 9.11테러만이 그처럼 경악할 일이 아니라는 요지지요. 미국인인 그녀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정말 놀라웠지요. 그리고 그 폭력의 뿌리는 바로 가부장적 사고, 남성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사고과 교육으로 보더군요. 남성다움은 결국 가정과 사회를 남자가 통제하여야 하고, 때문에 그 과정에서 남자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기 않는 다는 것이지요. 9.11테러나 수많은 전쟁과 살상, 집안에서 일어나는 폭력 모두 남성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남자들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엄격히 구별되고 제약이 많은 시대에는 전쟁과 같은 폭력이 난무했고 남녀 모두가 어울려 자유롭게 인간으로서 권리를 동등하게 누렸을 때는 전쟁이 훨씬 적었다는 겁니다. 저도 아들을 키우지만 되도록 남자니까 뭐뭐 해야 한다는 말은 안할려고 정말 노력합니다. 너는 왜 남자답지 못하니 하는 말이 아들이 망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9.11 테러범 중에도 아버지한테 어렸을 때 항상 남자답지 못하다고 야단맞고 자란 사람이 있답니다. 아버지에게 남자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용감함을 넘어서 점점 거칠고 폭력적이 되었던 것이지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테러를 하겠습니까? 남자들도 육아와 가정에 동등하게 참여한다면 그러한 폭력이 많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녀가 정의한 여성운동은 여성이 자신의 모든 것(육체, 정신, 미래)을 통제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것이랍니다. 그것에 대해 누구도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여성은 평생 남(주로 가족)을 위해 봉사하고 그들에게 맞춰서 살도록 교육받았고, 남자들은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살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에 여성은 좀더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하고 남자는 남을 배려하고 희생해야 균형이 맞춰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은 꼭 자신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어려운 일을 서로 의논하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기 힘들고, 아무리 자신의 생각이 옳아도 혼자 있으면 약해지고, 혹은 나만 미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랍니다. 이곳 속상해 방에서 좀 더 진취적이고 서로 힘을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갔으면 합니다. 일부 아줌마들은 평생 남에게 맞춰 살도록 교육받아온 우리들에게, 스스로 또 참고 맞춰 살라고 충고하는데 그것이 진정 행복을 위한 것인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해요. 조금씩 우리가 변하고 조금만 더 용감해진다면 아주 조금씩 아주 작은 부분부터 변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참고로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미즈라는 용어를 만들고, 미즈 잡지를 창간한 여성이라고 합니다. 키신저에게 100만불을 줄테니 누드사진을 찍자고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도 있고, 스스로 바니걸이 되어 남성들의 천국인 플레이보이 클럽을 취재한 적도 있고요. (남성들이 여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도록 사회적 괌심을 끌기 위한 것이였죠)

강의를 들을 때는 이곳 아줌마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기억력이 떨어져 잘 전달이 안되네요. 혹 관심있는 분은 EBS에 들어가면 VOD로 다시 볼수 있는데 아직은 안되고 며칠 기다려야 할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