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부터 저는 너무 울어서 토끼눈이 되었습니다.
목소리는 잠긴지 오래구요.
제 얘기좀 들어 주실래요?
발단은 어제 일요일 오전 이었습니다.
금요일날 남편 후배들이 와서 저녁먹고 술마시고 재미있게 놀았죠.
그 후배들이 차를 가지고 와서 저희 집에서 잤습니다.
저는 새벽 3시쯤 잤다가 토요일 7시에 일어나 후배들 밥을 차려 주었습니다.
저희 남편 결국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직장까지 결근했습니다.
설겆이 거리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걸 보고 남편이 자기가 설겆이를 하겠다고 자청하더군요.
후배들때문에 고생한 제한테 좀 미안했나 봅니다.
그래도 그날 하루종일 TV만 보면서 안하고 있다가 결국 저녁도 시켜먹었습니다.
제가 설겆이 안하면 음식 안하겠다고 했거든요.
일요일 날 아침 11시쯤 일어난 남편이 겨우 설겆이를 하더군요.
저는 괜히 미안한 마음에
"힘들지?"라고 했더니 무지 화를 내더군요.
제가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기가 자청해서 하면서 왜 그러나 싶더군요.
그래도 참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제가 쓰레기 분리수거를 부탁했습니다.
그거 해주겠다고 한지 3주가 넘었거든요.
덕분에 쓰레기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맨날 하겠다고 말만 하다가 안하고 하길래,
해 떨어지면 하기 힘드니까 지금 좀 해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왜 맨날 자기한테 일 시키지 못해서 안달이 났냐고 하더군요.
저희 남편요, 집안일 절대 안합니다.
집안일은 여자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맞벌이 할때도 그랬어요.
그때 제가 그 사람 월급의 3배를 벌고 있었는데도 집안일은 제차지였습니다.
물론 제가 집안일을 아주 잘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살림에는 영 젬병이에요.
살림 잘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 존경합니다.
말이 다른데로 샜네요. 죄송합니다.
하여튼 제가 임신 3개월이거든요.
임신 사실 알았을때 그사람이 그랬어요.
출산할때까지 자기가 설겆이 다한다구요.
그리고 입덧때문에 밥하는거 힘들어하니까 자기가 일주일에 2번 저녁한다고 하더군요.
그후로 설겆이 딱 3번 했습니다.
밥이요?
그냥 밖에서 사먹자고 그러더군요.
저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어제도 저희 시어머니 전화가 왔었습니다.
절대 무거운 거 들지 말고 밥 못하겠으면 나가서 사 먹으라고요.
참고로 저희 시어머니 무지 고마우신 분입니다.
제가 남편은 좀 아니지만 시어머니 하나는 잘 만났다고 사람들한테 얘기하고 다니거든요.
물론 지금은 멀리 떨어져 사니까 그렇겠지요?
하여튼 쓰레기 좀 치워달라는게 그렇게도 짜증나는 일이었을까요?
하여튼 저도 좀 열이 받아서 말도 안하고 그냥 벌떡 일어나 침실로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녁으로 닭죽을 해먹기로 하고 준비하러 부엌으로 갔습니다.
근데 제 칼질 소리가 컸나 봅니다.
왜 그러냐고 하더군요?
저 말 안했습니다.
그랬더니 열씨미 쓰레기를 치우더군요.
여기서부터가 하이라이트 입니다.
쓰레기를 치우고 들어와서 할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저희가 신문을 두가지 보거든요.
하나는 돈을 내고 보고 하나는 공짜로...
공짜로 보는게 끝나면 그건 돈을 내고
돈내는 다른 신문은 끊을려고 생각하고 있죠.
근데 신문을 보지 말라는 겁니다.
이유는 자기가 신문 치우기가 힘들어서이죠.
그리고 또한가지
자기는 집에서 신문 안보는데 그 신문값은 자기가 낸다는 거죠.
저 너무 속상했습니다.
전업주부의 서러움이 이런거구나...
돈 못버는 설움이 바로 이거구나 느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입덧할때 밖에서 사먹는 밥은 못먹겠고 한동안 일회용 음식을 먹은 적이 있었어요.
그 그릇이 많았나봐요.
그거 왜 먹냐고 하더군요.
그거 사러 같이 가놓고선... 참 기가 막히더군요.
그리고 제가 참치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참치 캔이 좀 많았나봐요.
그거 큰걸로 사서 남은 거 뒀다가 먹으라고 하더군요.
여러분 두 식구에 음식 남으면 잘 안먹고 버리게 되지 않나요?
그래서 전 차라지 작은거 여러개 사는게 남는 거다 생각하는데....
하여튼 이런 저런 이유로 통장을 가져 오랍니다.
이제부터 돈관리는 자기가 할테니 타 쓰랍니다.
그리고 절대 신문값은 못주니 니가 벌어서 쓰든 맘대로 하랍니다.
너무 화가 나서 제가 그랬죠.
내 통장으로 자동이체 되있는거 다 해지할테니 자기가 은행에 직접내라구요.
그건 나보고 하랍니다.
자기는 큰돈관리하고 난 그런 잔심부름이나 하라는 건지...
그래서 못한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생활비도 안준다고 그러더군요.
네가 먹을 건 네가 알아서 하라구요.
이건 그 사람이 너무 화가 났을 때 했던 말이지만 저한텐 너무 상처가 컸습니다.
제 뱃속에 애는 어쩌라고 그런말을 하는지...
저는 굶어도 되지만 애기는....
사실 여기는 지방입니다.
서울서 살다가 남편 직장때문에 내려왔습니다.
3년후에 다시 돌아갈 예정입니다.
서울서 여기 이사오기전 저는 직장을 그만둔 상태였습니다.
아기도 가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남편 혼자 객지생활하게 놔두면 그게 무슨 결혼생활인가 하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차에 면접한번 보라는 연락을 받았죠.
제가 외국계회사를 다녔거든요.
다른 외국계회사에서 진짜 엄청난 연봉을 제시하며 오라고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물론 이유는 위에 적은대로지요.
그게 너무 후회가 됩니다.
결국 그거 뿌리치고 내려와 아이를 가졌지만 제 남편 자기가 돈 좀 번다고 이럴 수 있는 겁니까?
자기가 안 본다고 신문값 낼 수 없다니요?
생판 아무도 없는 이곳에 와서 유일하게 신문 보는 게 세상과 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서럽습니다.
저 처녀때 무지 잘 나갔습니다.
엄청난 연봉에, 외국인 회사로 주 5일 근무제
물론 스트레스는 많았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근데 이게 뭐지요?
그래서 저 결혼하고 일 그만둔다는 친구 있으면 도시락 싸들고 말립니다.
차라리 애 내가 봐줄테니 직장 나가라구요...
아무리 생활에 여유가 있어도 일을 놓으면 안된다구요.
나중에 남편한테 무시당하고 살지 말고 자기 일 가지고 있으라구요.
저 여기 내려와서 한동안 너무 우울했습니다.
아무일 없이 노는 것도 너무 시간 낭비 인 것 같아
학원 강사 자리에 이력서를 내보려고 생각했지요.
나중에 얘기 낳더라도 그 시간만 잠깐 놀이방에 보내면 될 것 같아서요. (이곳은 시간제로 아기를 봐주는 곳이 있더군요)
제가 물어봤습니다.
저 일해도 되냐고요?
아무리 제 보수가 적다고 해도 같이 버는 거니까 집안일 좀 거들어 달라고요.
단칼에 거절하더군요.
돈은 자기가 쓸 만큼 벌어다 주니 내가 돈을 버는 건 내 취미생활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그 취미생활 하려면 집안일 남편한테 미루지 말고 다 내가 하고 절대 남편 한테 폐끼치지 말아라 하는 말이죠.
그래도 한번 해보려고 하던차에 아기가 생겼습니다.
저희 시부모님이 너무 기다리시던 아기라 이틀만에 한번씩 전화하셔서 몸조심하라고 하시는데 거기다 대고 일 하겠다는 말 못하겠더라구요.
정말 속상합니다.
여자의 삶이 참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너무 주제 넘었나요?
정말 긴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보다 더 힘든 분들도 많을텐데 제가 너무 주제 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짧아도 좋습니다.
저에게 용기를 주는 답글 많이 부탁드릴께요...
오늘도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