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열살 아래 여자친구..
때문에 괴로왔던 사람입니다. 아직도 그렇지만..
그런데 아컴에서 위로를 주신 분들은 제 속을 시원하게 남편을 질타해 주시지만 실제 주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더군요. 내가 뭐 잘못한 것 없는지를 먼저들 알고 싶어 하더군요. 동서도 그렇고, 심지어 친정엄마도 한번은 네가 좀 더 맞춰주지 그랬니 그래서 더 많이 울었습니다. 나는 정말 많이 애썼다고 생각했는데..
일반적인 부부관계에서 누가 100% 잘했느냐 못했느냐를 따지는 건 우습죠. 나름대로 불만도 있고, 참기도 하고 그러면서 사는 것 아닌가요?
내가 현모양처가 아니라서 남편이 바람을 폈다면, 저는 남자친구가 백명은 있어야 얘기가 됩니다.
친한 친구 한명에게만 얘기했는데 놀랍게도 그애는 니가 처음부터 결혼하는 게 아니었어. 그럽니다. 그건 더 놀라운 얘깁니다.
스물 몇에 결혼한 나.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를 나입니다. 결혼전 결혼후에 대해서 정확하게 판단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냥 그야말로 콩깍지가 씌어서 결혼했습니다. 좋은 점이 더 많이 보였다는 겁니다. 나쁜 점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7년을 넘게 만났었으니까요..
그냥.. 결혼하면 신뢰를 먹고 사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여자들 많은 회사에 다녀도, 그래도 내가 아내이니까 당당할 수 있지 그렇게 착각했나 봅니다. 나도 그렇거든요. 회사에 남편보다 더 훌륭한 남자들 많아도 그들은 내 가정이란 아성이 너무 든든하다는 것을 알고 행동합니다. 내가 그렇게 보였을 거라 믿습니다.
이일이 터지고 미국여행에서 부랴부랴 귀국하신 시부모님들도, 시누도 동서도 아직까지 단 한통의 전화도 하지 않습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원래 그런가요?
아니면 이러저러 얼렁뚱당 해결되기를 원하시는 걸까요?
집에서 내쫓겼던 아들 챙겨주러 오신것처럼 보입니다. 제게는..
이제 연말입니다.
시댁 제사도 있고, 성탄절도 있고, 차례도 있고..
직장 다니며도 제사 때마다 휴가까지 냈던 저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물론 갈 수 없습니다만.. 안가려니 마음이 불편하다는 거죠.
처음 사실을 안 순간 이성을 잃은 나는 시댁에까지 전화해서 당신이 그런 아들 낳아놓았으니까 데려가서 함께 즐겁게 사시라고 폭언까지 했었거든요. 이젠 아무것도 제자리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사실이 너무 슬픕니다.
내게는 왜 잘못이 없겠습니까만
이런 일이 생기게 만든 남편이 너무 밉습니다.
그리고 남편을 이제는 사랑하지도 않는것 같은데
아직도 미워하고 집착하는 내 마음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남편과는 여전히 한집에 삽니다.
아이 때문이기도 하고, 종종 내가 폭발할 때 대상이 필요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는 아무일 없는 듯이 생활합니다. 좀 불편하기는 하겠죠.
딸아이 앞에서는 자신을 좀 존중해주길 원합니다.
그래도 난 그렇게 안됩니다.
한마디도 안합니다.
엊그제는 예전에 그가 소개해준 어떤 사람을 우리 회사에서 썼다가 문제가 터졌습니다.
알고보니 그냥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더군요. 그런 사람을 책임도 없이 소개하다니...
그는 항상 그렇습니다.
동호회에서 알던 다른 여자애 유학 알아봐 주느라 외국바이어에게 아쉬운 소리까지 하고, 여기저기 해외까지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결국 그 여자애는 다른 데로 갔지요.
누가 지나가는 소리로 한마디 하면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해결해 줍니다. 보증도 서주고... 여자 동창생들이 뭐 부탁하면 휴가를 내서라도 해주고...
만난지 한두달도 안된사람들에게 그리 정성을 쏟으면서
결혼한지 십몇년이 된 아내에게는 소홀한..
그런 남편..
지금은 일찍 들어오고 카드도 안쓰고... 그럽니다.
아이 숙제도 봐주고... 언제까지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즐거웠는데
하루아침에 어떻게 그걸 포기하겠어? 하고 묻자
사실 그렇긴 해. 그럽니다.
그래도 이젠 못하지뭐. 그럽니다.
그동안 잘못했다는 느낌보다
마누라 때문에 그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아쉬운 듯 말입니다.
정말
다시는 원래대로 되돌아갈 수 없는
흠집난 내 가정이 너무 안쓰럽고
속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