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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서방을 팝니다.


BY 마누라 2003-06-07

헌 서방을 팝니다.



반 백 년쯤 함께 살아




단물은 빠져 덤덤 하겠지만




허우대는 아직 멀쩡합니다









키는 6척에 조금은 미달이고




똥배라고는 할 수 없으나




허리는 솔찬히 굵은 편,




직장은 있으나 수입은 모릅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출근하고







밤늦게 용케 찾아와 잠들면 그뿐.




잔잔한 미소 한 번,




은근한 눈길 한 번 없이




가면 가는 거고 오면 오는 거고.




포옹이니 사랑놀이니




달착지근한 눈맞힘도




바람결에 날아가버린




민들레 씨앗된 지 오래입니다.




음악이며 미술이며 영화며 연극이며




두눈 감고 두 귀 막고








방안의 벙어리된 지 오래입니다.




연애시절의 은근함이며




신혼초야의 뜨거움이며




생일이며 결혼기념일이며




이제는 그저 덤덤할 뿐,




세월 밖으로 이미 잊혀진




전설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일 뿐




눈물방울 속에 아련한




무늬로 떠오르는 무지개일 뿐,




추억줄기일 뿐.




밥먹을때도 차 마실때도




포근한 눈빛 한번 주고받음 없이




신문이나 보고 텔레비나 보지.




그저 담담하게 한마디의



따끈따끈한 말도없고.




매너도 없고, 분위기도 모르는지




그 흔한 맥주 한잔 둘이서




나눌 기미도 없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의




들뜨는 나들이 계획도 없이




혼자서 외출하기,




아니면 잠만자기.




씀씀이가 헤퍼서 말도 잘해서




밖에서는 스타같이 인기있지만




집에서는 반 벙어리,




자린고비에다 술 주정꾼.








서방도 헌 서방이니




헐값에 드립니다.




사실은 빈 가슴에 바람불고




눈 비 내리어 서방팝니다




헐값에 팝니다




주정거리듯 비틀거리며




말은하지만 가슴에는 싸한 아픔.




눈물 번지고 허무감이




온 몸을 휘감고돌아




빈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서방팝니다




헌 서방팝니다며 울먹입니다.




흩어진 마음 구멍이 송송 뚫린듯한




빈가슴을 두드리며




안으로만 빗질하며 울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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