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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돈이 문젠가?


BY 살구씨 2003-06-11

결혼한지 20여년,
내 갈등의 제공자는 큰시아주버님이다. 나는 아들 넷 중 막내 며느리로 결혼을 하였다.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큰시아주버님이 손을 벌리셨다. 그 때 당시 300만원. 남편과 나는 대출을 받아 해 주었고.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월급, 보너스 통통 털어 큰 집에 들어갔다. 많을 때는 1000만원씩, 적을 때는 100만원 정도.
그동안 조금씩 쪼개어 들은 적금을 타서 땅을 사놓았는데 그것도 결국 큰집으로 넘어갔다. 남편은 형님의 보증을 서주었는데 그 돈을 안갚아 월급이 차압당하게 생겼다. 간신히 돈을 융통하여 차압만은 막을 수 있었다.
남편은 큰형님을 하늘 같이 받들었다. 학창시절 경제 능력이 없으신 시아버님을 대신하여 동생들 공부를 가르쳐 주신 고마운 형님이라고 힘 닿는데까지 도와야 한다고 하였다. 나도 동감이었기에
그래서 내 봉급, 남편 봉급 모두 털어 큰집 잘 살게 하려고 밀어주었다. 동네에 사채로 깔아놓은 빚도 모두 갚아주었다. 왜? 어려운 형편에 동생들 내치지 않으신 훌륭하신 분이니깐.
다른 형제들과 힘을 합쳐 땅도 사서 드렸다. 큰 집은 1500여평 되는 땅! 그 곳에 집을 짓고 양계장을 짓고 다시 출발하셨다.
10여년이 흐르고 ... 여전히 큰 집은 형편이 어려웠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니 난 아무 것도 없었다.집도 없고, 저축도 없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었다. 큰 댁은 여전히 우리 형제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었고...그것도 당연하다는 듯이.
내 아이는 시장 난전에서 싼 옷 사다 입히고. 나는 남편 옷 고쳐서 내 바지 만들어 입는 지리리 궁상을 떨고 있었던 것이다. 둘이 벌면서도..
큰 집은 맨날 힘들다면서 차도 좋은 것으로 바꾸고, 자식들 방에 비싼 가구 들여놓고 잘 쓰고 있었다. 물어보니 없을수록 잘 가꾸어야 남이 업신여기지 않는대나.

난 이 때 알아보았다. 그래서 선언하였다.
이제부터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한다. 여태까지 해준 것도 과하다.
그리고나서 큰 집에는 단 한 푼도 보내지 않았다. 부부 싸움! 그 때 많이 해 보았다. 남편을 설득해야 했는데 착한 이 남자! 내 얼굴 쳐다보지도 않을라 했다.
시아버님의 호통. 대단했다. 큰아주버님 아주 불쾌해 했다. 순식간에 난 나쁜 며느리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어쩌랴. 남편 봉급 철저히 움켜쥐고 설득, 또 설득.

다시 10여년이 흐르고 지금은 행복하게 기반 잡고 살고 있다. 아파트도 사고 저축해 놓은 돈도 제법 있고, 아들 착하게 잘 컸다. 그 사이 시아버님은 돌아가셨다.

큰 집과는 사이가 별로 안좋다. 그러나 시어머님이 마음에 걸린다. 우리 시어머니 정말 좋으신 분이시다. 말 한 마디라도 따뜻하게 하시고, 네 명의 며느리들 다 장단점이 있을텐데 좋은 점만 보시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맞벌이라 아이가 아기일 때 5년을 함께 살았는데 며느리 직장 생활 때문에 힘들다며 퇴근하면 우선 쉬게 하셨다. 일요일에는 늦잠 실컷 자보라고 항상 배려해 주셨다. 이웃들에게든 누구에게든 한결 같은 분이셨다.부지런하시고 마음 비단결 같으시구.

이런 시모를 우리 며느리들 모두 좋아한다. 그 중 둘째형님은 어머님을 수시로 모셔가신다. 어찌나 시어머님께 효성이 지극한지. 그 형님은 어머님을 아예 모시겠다고 같이 살자고 한다. 그러나 우리 어머님. 죽어도 큰아들 집에서 죽어야 한다고.큰아들이 길거리에 나앉으면 길거리에 나앉은채로 같이 죽겠다고 하신다..우짤꼬 ...


우리 시어머니 오로지 큰아들 걱정 뿐이다. 일전에는 큰아주버님은 돈이 급하게 필요한데 시어머님을 특사로 우리 집에 보내셨다.
그 먼 길을 노인네가 버스에 몸을 싣고 오셨다.
시어머님, 내 손을 꼭 잡으면서 '큰 애가 감옥가게 생겼다. 제발 살려다고.' 하시며 '내 다신 너에게 이런 말 안 하마.'하신다.
어머님의 그 애절한 눈빛만 아니었어도.
정말이지 큰 집 씀씀이며 살아가는 행태를 보면 도와주고 싶지 않지만 어머님 돌아가시면 내 마음에 죄책감이 남을까봐 눈물을 머금고 돈을 부쳐주었다. 자그마치 2천만원.ㅎㅎㅎ

서로 나이 먹어가면서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돈에 관한 한 끊을 것은 끊고 살고 싶은데 잘 안된다. 어찌 하오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