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남편과 나는 각방을 쓰고 있다. 뭐 싸운것도 아닌데 컴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각방을 저절로 쓰고 있다. 작은방에는 마치 자취방처럼 없는게 없다. 그야말로 내가 하숙생 아줌마가 된것처럼 남편이 오면 식사 했냐고. 그냥 그렇게...그런데 몇일전부터 남편이 이상하다. 회사에서도 나쁜일은 없었다고 하는데...물론 집에서도 그렇게 나쁜일은 없었다. 단지 돈때문에 남편이 힘들어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기에...어쩌면 내가 더 힘든지도 모르겠다. 나도 지친것일까. 남편이 이야기 하지 않자 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늘도 일을 나가지 않자 현장에서 사람들이 와서 애기아빠를 데리고 갔다. 그뒷모습이 마치 저승사자에게 끌려 가는것처럼 기운이 없어 보였다. 현장에서는 일찍 끝났다고 하는데
아직도 애기아빠에게는 연락이 없다. 말은 서로 없었어도 전화는 자주하던 사람이였는데 말이다. 소리도 치고 싶었다. 욕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몸이 아파서 내 아픔을 참고 살자니 정말이지 너무 힘들다. 밖에서는 그렇게 이야기 잘하는 남자가
왜 내 앞에서는 작아지는 것 같은지 모르겠다. 애기아빠의 입을 어떻게 열게 할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어야 할까.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는데 왜 나혼자만의 고통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힘들다. 하루에도 몇번이나 좌절하고 쓰러진다. 내게는 기댈 사람이 남편밖에 없는데 남편은 과연 이런 나의 마음을 알기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