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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 온 걸 후회합니다...


BY 못난이 2003-12-10

이십여년 전

대학 입시를 보러 가는 차 안에서 그를 만났죠.

자꾸만 말을 붙이는 데에도 꿈쩍도 않는 내게 신문을 들이밀더군요.

'이 글자 무슨 자인가요?'

난 건성으로 대답했지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게 우리 악연의 시작이었던 가 봅니다.

 

그는 이미 고교 때 학교 대표로 참석한 어느 행사장에서 절 봤더랍니다.

그리고

제가 학교에서 잘 나가는 여학생 대표라는 걸 알고 은근히 찍어두었다네요...

 

그랬던지라 절대로 절 놓치지않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순진하게도 밤새 이야기하자는 데에 동의하여 함께 있다 겁탈(?)을 당했지요.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스물 한 살이면 행동에 책임을 져야할 나이라고 여겼습니다.

 

그 때부터 질질 끌려다니는 지겨운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제 생활은 엉망이 되어버렸지요...

제 주변엔 항상 그가 지키고 있었으니깐요.

사생활이 없어져 버렸구요

친구도 학교 생활도 늘 얽매인 상태였습니다.

제 성깔에 참을 수 없어 함께 치고받고 매일 싸워야했습니다.

그는 수시로 저를 원했습니다.그럴 때마다 정말 죽고 싶었지요...

 

제 자신이 위선자가 되어 정말 미쳐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덜컥 임신이 되었더군요...

좌절...위기...

제 인생은 정말 이대로 끝내야만 하는 것인지...

중절 수술을 해야했습니다...

잘 난 여자인 줄 아는 주변 사람들 보는 것이 정말 고통이었지요.

아무에게도 얘길 할 수 없는...

 

스물 두 살 여름 어느날...

정말 견딜 수 없는 고통에 현실을 잊고자 약을 먹었습니다.

부모님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유서 한 통씩 써두고...

무엇보다도 제게 온 기대를 다 거시는 부모님께 너무 죄스러웠습니다.

그가 턱이 숨에 차 달려왔더군요.

어느 내과 응급실에서 위세척을 하고 종합병원으로 엠블렌스를 타고 옮겨졌습니다.

 

'여대생이 음독했대...'

수군거리던 간호사들의 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 하네요...

밤새 수면제를 맞아도 잠이 오지 않더군요.

그는 제 곁에서 꼼작을 않고 초췌해 진 모습으로 날밤을 새고 있었습니다.

문득 애처로운 생각도 들었지요.

 

어쩌다 나같은 여잘 사랑하게 되었니...

난 네가 정말 지겨운데...

난 정말 널 안 보고 살고 싶은데...

 

그 때 정말 모질게 뿌리쳐야했습니다.

정말 우린 아니라고 강하게 물리쳐야 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가 무서웠습니다.

때로는 폭력이나 폭언도 서습치않는 그의 보복이 두려워 그렇게 하질 못했습니다.

그게 제 인생을 후회하게 만든 시작이었던 것을...ㅜ.ㅜ 

그는 아무런 약속도 안 된 상태에서 군 입대 영장이 나오자

기를 쓰고 연기를 해 가며 어떻게든 저와의 끈을 만들고자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또 임신...

결국은 집에서도 알게 되었지요.

'네가 그럴 줄은 정말 몰랐다...'며 풀썩 주저앉으시던 아버지...

차라리 머리채 잡으시고 두들겨 패 주셨으면 오히려 마음이 덜 아팠을 것을...

덜 죄스러웠을 것을...

또 애를 지울까 봐 그는 더더욱 신경을 쓰며 제 주변을 지켰습니다...

 

졸지에

제가 가장 혐오하던 혼전 임신녀가 되어 결혼도 하기 전에 아이를 낳아야했지요...

쥐뿔도 가진 것도 보잘 것도 없는 남자의 아이.

게다가 별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의 아이...

그 아이가 결국 제 발목을 잡는 꼴이 되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