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사소한 말싸움을 계기로, 너무 안맞는 사람과 너무 힘들게 살아왔고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살기 싫다며 이쁜 두 딸과 저 두고 자기 인생 찾겠다고 막무가내로 집나간 제 남편.
3월 한 달 동안은 기세가 등등해서 제가 마음아파 몸부림치는 것도 다 외면하며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저와의 관계 이미 청산했다고 공공연히 거만떨었습니다.
4월부터 돈 떨어지고 멀쩡히 다니던 회사일까지 내팽개치다시피 사표내고 주변에서 자기 집나온 거 다 알게 되고 잘난척하며 사업자등록 내서 자기 사업 한다고 벌여본 일 맘같이 안되고 하니까 서서히 풀죽은 모습이면서도 제게는 우리 빨리 정리하자, 우리 둘 관계 '잘' 정리돼서 아이들도 적응하면 편하게 아이들 만나고 싶다 이러더니....(제가 한 달 동안 침묵작전으로 나갔습니다.)
이번 주 초에는 만나자고 연락왔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 생각해서 이혼은 안하기로 합의해 놓고 이제 이혼하자고 서두르는 저의가 의심스러워 만날 필요 없다며 한 달 동안 침묵하며 참았던 말들 다 했습니다. 혼자 잘 살아보라고요, 이젠 저 혼자를 위해 아이들생각조차 않는구나 싶어서요.
그런데 다음 날 구구절절 메일을 보내왔어요. 어제는 그런 식으로 얘기하려던 게 아니었다며 완전히 처량한 신세한탄. 그러면서도 자기는 제게서 완전히 떠났다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삶을 열심히 살면서 오늘의 일 다 잊을꺼라고.
경남으로 내려가 살꺼래요. 일도 거기다 준비한 게 있다고. 연고자 하나 없고 37년을 서울에서만 산 사람이.... 여전히 오기를 부리고 있어요.
누가 집 나가라고 하기는 커녕, 나가지만 말고 나 싫어도 아이들 생각해서 그냥 감정적으로 상대하지 말고 살자고도 제안했었고, 저랑 이렇게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도 없었고 (사실 저는 그 동안 여러 면에서 이 남자의 유아적 태도에 실망해서 작년초부터 진담반 농담반으로 명예가족이라고 말하며 포기하고 지냈어요. 워낙 출장과 낚시로 집에 있는 시간이 없었거든요.) 좋은 사장 만나서 멀쩡한 직장에 세상물정 전혀 모르고 자기가 좋은 것만 하고 살아온 사람이 자기 감정문제로 가정을 포기하는 것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지금 3개월을 저러고 있답니다.
저는 지금 두 가지 마음 입니다. 하나는 저러다 언젠가 곧 자기가 극한 상황에 처하면 어쩔 수 없이 돌아오겠지. 그러면 다시 잘 해주고 더 잘 살아야지 하는 것과 저 정도로 정신적 능력이 미숙한 사람과 살며 평생을 불안해 하느니 차라리 그가 만든 지금 상황 대로 이혼은 안하더라도 담담하게 아이들 아빠로만 봐주고 남남으로 살아갈까 하는....
이 사람 누가 뭐래도 정말 착하고 마음 모질지 못하고 단순하며 그 동안 이 세상에서 저를 제일 사랑해 준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 괴롭지요, 지난 날 생각하면. 그런데, 날 이렇게 쉽게 끝낼 상대로 생각할 수 있다는 데 대한 배신감과 그의 인간적 무기력함을 생각하면 또 한 편 포기하자는 생각도 듭니다.
저 어떡하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