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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부부관계를 구분 못하는 남자


BY 백설공주 2004-05-14

제 남편, 저랑 더 이상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살기 정말 싫다고 지난 2월, 말싸움 한 거 풀지 않고 집나갔지요. 40을 바라보는 결혼한 지 11년 된 두 딸아이의 아빠라는 사람이요.

이 남자 이 분야 전과자랍니다. 결혼 3년 째 되던 해에도 회사에서 일 꼬이고 힘들어지니까 저한테 이유없이 짜증부리다 못받아주는 저 원망하며 집나가 자기 엄마집에서 버젓이 3개월 동안 지내는 거 제가 들어오게 했어요. 그 일 후로 제가 많이 신경써 잘 해주고 아이도 생기고 하니 무지하게 다정하고 착한 남편이었어요, 그럭저럭 2001년까지는요.

2002년 초부터 회사일이 또 자기 맘대로 안되나 싶으니까 가끔 이유없는 짜증내기도 하고 주말이면 쌓인 스트레스 푼다고 바다낚시(주로 남해안 아니면 제주도로 1박2일 또는 금요일 밤부터 2박3일 일정)로 한 달이면 2-3번 나갔어요, 2년 내내. 저는 그거 좋은 맘으로 매번 잘 다녀오라고 했죠, 가끔은 간식까지 챙겨주며.... 그리고 두 딸아이 데리고 따로 여행다녔어요, 정말 힘들어도 아이들 어릴 때 산교육 많이 시키겠다는 일념에.

저보다 한 살 어린 이 남자, 어떤 남자보다 단순하고 유아적이어서, 좋을 땐 저 많이 아껴주고 다정하기 그지없었는데, 서로 심사가 꼬이기 시작하니까 일거수 일투족이 다 보기싫고 한심했어요.

사실, 지금 이렇게 그가 만든 막가는 상황이 괴로우면서도 한편으론 그 한심한 꼴 안보는 건 전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난 3개월간, 어쨋든 자기가 스스로 만든 나쁜 상황으로만 자기를 몰아가고 있는 거 답답하기도하고 안스럽기도해서 많이 달래보고 설득도, 침묵도 시도해 봤는데 요지부동이예요.

4년간 엄청난 지원받으며 다닌 회사도 그만두고 자기사업 한다네요, 한 푼도 없이. 새로 시작한다는 자기사업에 목숨 걸고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어요. 자기 그러고 사는데 도움이 될 거 같다며 빨리 이혼하자고까지 하면서요.

연애할 때처럼 좋아하는 맘이 없으면 안녕하고 돌아서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 단순한 남자, 싸우기도하고 풀기도하면서 서로를 어떤 상황에서든 받아주는 게 가족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이 정신이 덜 자란 남자.

어제도 좋은 맘으로, 날씨가 쌀쌀하기에 몸 잘 챙기고 지내라고 전화하면서, 꼬인 마음 좀 아이들 생각해서라도 풀으라고, 내가 너무 힘들어서 돌아버리거나 죽으면 아이들은 가엾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걱정 말래요, 그러면 자기가 애들 데려갈테니!

절망입니다. 이제 그의 존재 자체를 잊고 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나 더 신경쓰고 저도 더 씩씩하게 살아야겠습니다. 그동안 마음 아파 눈물흘리며 보낸 시간이 아깝다 생각듭니다.

이혼은 절대 안해준다고 각인시켰어요,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니 그렇게 알라고.

포기하니 마음이 더 편해지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네요.

힘든 상황에서 고통받으시는 여러분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거라면 그냥 마음으로 포기해 보세요, 저랑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