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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어딘가로 훨훨 날아가고 싶다


BY 바람 2004-06-20

결혼8년차인 전업주부 입니다.

남편과 한살차이이기에 (사실 개월수로 따지면 1년차이도 아닌것이 ) 그래서 그런지 참 많이 싸우며 살아 왔습니다.

우리집 처럼 이렇게 싸움을 밥 먹듯이, 아니 밥 먹는것 보다 더 자주 싸우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게, 이젠 드라마에서 부부가 다정하게 나오는걸 보면 저게 정상적인 부부인지, 지금 나의 모습이 기준점 인지 헷갈립니다.

한 열흘전 쯤에 겨우 화해(?) 를 했는데, 오늘 아침에 또 박터졌습니다.

어제밤에 남편한테 화가나서 심통난 체로 잠을 잤거든요.

남편의 성격이 질문을 하면 대답을 잘 안한다는 겁니다.

그게 꼭 시아버지랑 닮아서 전 너무너무 싫거든요.

시어머님이 뭐 물어 보시면 대꾸 안하고, 해도 꼭 퉁박스럽게 면박 주면서 얘기 합니다.

것두, 아들,며느리 사위,손주들 앞에서...

그게 가장의 권위 인줄 아는가 봅니다.

그걸 애아빠가 쏙 빼 박았습니다.

그런걸로 가끔 싸움날때 얘기 합니다, 제발 대화를 하라고 나랑같이..

내가 뭐 물어보면 대답좀 성의있게 해달라고.

그럼, 한몇일은 그냥저냥하게 대답해 줍니다.

그러다, 또 삼사일 지나면 면벽수도 하고 삽니다.

그러다 사소한 걸로 언성 높아지고 그럼, 온갖욕 나옵니다.

예전엔 저러지 않았는데, 점점 결혼 횟수가 갈수록 애아빠 가 저한테 욕을 합니다.

저도 합니다. 같이 박수치는 거죠.

부창부수라구요? 그런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말이 삼천포로 한참 빠졌네요) 아침에 애아빠가 전날 먹은 술잔이랑 과일접시를 고대로 싱크대 위에 얹어놓은걸 봤습니다.

과일이 많이 남아있던데, 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뒀다면 오늘 더 먹을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제가 치졸한걸까요? 궁핍한 걸까요?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저 남잔 왜 맨날 내가 치워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그릇을 좀 심하게 싱크대 안에다 던졌더니만, 유난히 얇은 맥주잔이 쨍그랑 했습니다.

애아빠가 샤워 하고 나와서 보더니, 한다는 첫마디가 저거 미친년 아냐? 였습니다.

전 그때 방에 들어가서 얼굴보기 싫어 침대에 모로누워 있었는데, 귀에 그런소리가 들리더군요.

미친년 이라니...

애가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거기서 저런말이 나온다는게 참 어의없고,,, 기분 드러웠습니다.

얼렁 나가라고 했죠, 애앞에서 싸우는꼴을 하도 많이 보여서 정신적인 장애 올까바..

애가 밤마다 오늘 아빠 들어와가 밤인사가 돼버렸습니다.

한동안 술쳐먹고 하루걸러 들락달락 하는 모습을 보더니, 불안해 합니다.

남편말대로 제가 미쳐갑니다.

날마다 이혼하고 싶어 죽겠습니다.

시댁에선 아들 낳으라고 성화고 여러가지로 정말 죽을 맛 입니다.

애도 남편도 다 떨어뜨리고 어딘가로 훨훨 도망치고 싶습니다.

몸은 집에 있는데, 마음은 비행기를 타고 어느 먼 나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안들어 오는걸 보니 오늘밤 기어이 또 안들어 올 모양 입니다.

헤어짐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애아빤 홧김에 이혼 하잔말 참 많이 하죠.

저도 한동안 그랬다가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고, 이젠 내가 미쳤냐,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해주게.. 하는 맘도 있고, 그냥저냥 사는게 다 그렇지 하는 맘도 있고. 등등... 하는 생각으로 먼저 이혼 하잔말은 이젠 안합니다.

근데, 마음속으론 항상 이혼후의 내모습을 그리며 삽니다.

차라리 월셋방에서 남의집 식당 설겆이를 하며 힘들게 살더라도 이거보단 낫겠다 라는 생각도 해보고, 이 지긋지긋한 한국땅 미련없이 떠나야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친정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애아빤 것도 저한테 빈정거리는것중 하납니다.

니가 나가봤자 어디 갈데나 있냐 하는 그런말도 서슴없이 하죠.

그런 눈빛으로도 절 차갑게 바라보고...

그럴땐 살의를 느낍니다.

그래, 니 부모는 언제까지 살것 같아서 하는 마음으로 곱씹으면서 살아 왔는데, 이젠 저도 지칩니다.

애가 커가는데, 이럼 안돼는데 하면서도 정말 같이 사는게 싫어집니다.

 

두서없이 이말저말 막 늘어놨습니다.

누워 있으면 명치끝이 답답한게 꼭 체한것 처럼 숨이 안쉬어져서 잠도 못자겠습니다.

이러다 죽을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