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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행이였구나...


BY 형님 2004-08-26

내가 13년 동서가7년

정말 특이한 집안에 발을 담그면서 우린 만났네...

동서가 시집올 그 때가 난 참 힘이드는 시기였어.

한마디로 참담했었지...

지금 동서가 그렇듯이...

 

난 동서가 기본이 반듯하단 생각에 다소 안심이였어

하지만 같은 아파트단지안에서의 8개월은 우리 서로 악몽이였지.

동서도 힘이 들었겠지만 나도 상당히 힘들었어.

내가 30대중반 동서가30대 초반

참 철이 없을 나이였었지.

 

동서가 이젠 느꼈을지 모르지만  난 좀 완벽주의자야.

그래서 동서에게 불만이 있어도 나 스스로 좋은 형님이 되고자

그 감정을 누구에게 들킬까 두려워하며 숨기기에 바빴지.

간혹 이웃언니에게 슬며시 보여준 그 감정의 그림자가

동서에게 다른 얼굴로 전달되고 동서의 응수가 또 길을 돌아

나에게 전달되어도 난 동서에게 모진소리 못했어

난 좋은 형님이여야 했으니까.

어쩜 아파트 다른 엄마들이 참고 있는 내 모습에서 나보다 더 동서에게 분노할때

난 혹시 대리만족을 느낀것은 아니였을까?

 

나중에 오해가 풀려 동서가 사과할때도 난 웃으며 사과를 받았지.

하지만 속으로 정말 동서를 용서한건 아니였어.

난 좋은 형님이어야하잖아.

그냥 겉으로 별 탈없이 시간이 갔지...

하지만 아직도 가끔  내 입장에서 본 동서의 경솔함과 경우없음 등이

생각나면 소름이 돋게 분노하곤 했었어.

입으로  소리 내기에는 자존심상하고 속이 좁다할까 싫고

삭혀 넘기기엔 내가 그릇이 안되니까...

 

근데 오늘

두집 신랑이 다 출장가고 없어

아이들 재우고 전화했다는 동서의 이어지는 하소연에..

동서도 나와같이  불쌍한 이땅의 며느리구나 생각했어.

처음일꺼야.

동서의 그런 진솔한 하소연..

동서한탄을 들으면서 위로해 주고싶고 도와주고싶고

내가 비로소 동서를 동지로 가진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동서는 나름대로 불만투성이인 내 삶이 또 부러웠구나..

몰랐어 동서가 그런 생각을 하는지는...

동서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줄도...

 

올 추석에 만나서 우리 속이 뒤집어지게 한번 마셔보자.

술이 많이 늘었다며.

나도 그랬어.

내 인생이 참담했던 그 시기에 술이 젤 많이 늘었지.

혼자서 불끄고 거실에 앉아 소리죽여 울면서 술마신 기억이 많아.

동서에게 이런 소리하면 놀라지?

형님에게 그런 약한 구석이 있어요? 하겠지?

ㅎㅎ

울들의 시집이 또 이 집안 남자들이 어디 보통이어야 말을하지.

대단하단 말 외에는 다른말이 없잖아.

 

추석이 모처럼 편히 가겠단 생각에 기뻐.

일이야 힘들지 않잖아.

하면되는걸

죽으면 썩어질 몸 아껴 무엇해.

근데 맘이 힘든건 참 어렵더라.

 추석연휴에 일찍와.

내가 돈은 없지만 예쁜 옷한벌 사줄께.(넘 비싼거 고르면 국물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