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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BY 어떤날. 2005-04-18

너무 답답해서 남편 담배를 몰래 피워봤다.

속이 답답할때 담배를 깊숙히 빨아 후~하고 내 뱉으면서 고민도 함께 배출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나도 그래보고 싶었다.

차마 무서워서 속담배는 피지 못하고 그냥 입안에 물었다가 후~ 뱉었다.

별거 없더라...몸에 담배 냄새만 잔뜩 배어서 샤워하고 양치하느라 물 값만 더 들었다.

그리고 친정아빠가 드셨다 남은 백세주를 몰래 반컵 따라왔다. 남편 인기척이나서 얼른 원샷 해 버렸다.

꼭 죽고싶은 심정이었다. 이렇게 음지의 이끼처럼 사는게 싫증이 난다...

내가 죽으면 남편이 땅을 치고 더 잘해주지 못한걸 후회하려나....싶어서...

하지만 차마...아이 때문에...친정 부모님 때문에 난 그러지 못한다.

아이가 없었다면 이혼할 수 있었을까? 아니...아이가 없었다면 서로를 보듬을 시간이 많았기에 사이가 좋았을지 모른다.

직장에서 하루종일 외톨이 처럼 지내다 온다.

차라리 일이 많고 바빴으면 좋으련만...내 사무실은 항상 적막하고, 항상 난 혼자다.

일도 없이 난 하루종일 컴퓨터하고만 얘기를 한다.

바쁜 아침에 대충 싼 허름한 도시락으로 대충 후딱 점심을 먹으면 하루종일 배가 아프다.

꼭 몰래 훔친 음식 먹어 탈난 사람마냥...

만원 지하철에서 콩나물마냥 땀을 찔찔흘리며 구두에 지친 내 발을 이끌며 집에 간다.

그래도 집에 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동전을 모아 아이 우유를 사고, 슈퍼 아줌마에게 죄송하다 말한다. 돈이 없어 동전을 가져왔노라하며...

아이와 씨름 하느라 하루종일 시달린 친정엄마가 나를 반겨주고 2살된 아이가 나를 반긴다.

엄마는 하루종일 일하느라 애썼다며 없는 반찬에 이것저것 찬을 마련해 저녁을 차려주시고 당신은 후딱 맨밥을 밀어 넣으시고는 아이를 데리고 거실로 가신다. 밥 천천히 많이 먹으라 하시면서...

엄마가 집으로 가시고 난 아이를 재우러 간다.

왜이리 잠투정이 심한지 아이를 재우다 기운이 다 빠져 버려 아무것도 할 수 가 없다.

밀린 집안일을 좀 해야 엄마가 좀 쉬실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 나도모르게 아이 옆에서 잠이 들었다.

꽤 늦은거 같아 벌떡 일어나 거실로 가니 남편 일에 치여 11시가 다 되어 돌아온다. 초쵀한 얼굴로 '가서 자~'하면서 컴퓨터를 하러 가는 남편.

그냥 얼른 좀 씻고 자지...뭔 컴퓨터야 이 밤중에...

주말이다.

주말이 되어 모처럼 신이난다.

하지만 시댁에 갔다오랴 친정에 갔다오랴  밀린 집안일 하고, 아이 돌보고, 남편의 밀린 셔츠를 다리고 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내게 있어 주말은 아픈 날이다.

주중에 밀련던 스트레스, 피로, 제대로 먹지못한 끼니 때문에 주말엔 늘 배가, 머리가, 온 몸이 아파서 꼼 짝도 할 수 가 없다.

오늘 모처럼 팀 회식이 있다. 하지만 난 꿔 다 놓은 보리자루마냥 여직원들 사이에서도 왕따다. 매일 같은 팀에서 함께 밥 먹고 웃고 떠들던 이들끼리는 할 말이 얼마나 많겠는가. 명목이 같은 팀이지 다른 팀이나 다름없이 혼자 뚝 떨어져있는 나는 얘기에도 끼질 못하고 겉돌며 회식내내 맘이 불편하다. 남자직원들이 왕따라고 쑥떡거릴까 노심초사하면서...겉으론 당당한척 아무렇지 않은척. 그런거 신경 안 쓰는척...하지만 내 마음은 너무 힘들고 황폐해 져있다. 차라리 팀 회식이 영원히 없었으면 좋겠다.....회식은 나를 더 외롭게 만드는 왕따증명서 같다.

남편과 나는 요즘 대화가 별로 없다. 섹스도 없다.

난 이쁘고, 잘났다. 물론 막내라 조금 내 멋대로 인건 있다. 하지만 남들에겐 충분히 매력있는 내가 남편과 이렇게 섹스도 없이 지낸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나랑 결혼하고 싶었던 남자들은 아마 도저히 이해 못할거다.

항상 먼저 요구하는 나도 짜증이 나서 요즘은 내가 먼저 잔다.

남편은 말라깽이다. 성욕도 별로 없다. 테크닉 공부도 안한다.

그래서 난 남편과의 섹스가 재미가 없다. 하지만 남편과 섹스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아서 그냥 좋은척 할 뿐이지 정말 남성으로서의 매력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이다.

착하고 이해심이 많아서 좋았다. 무엇보다 남편이 날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한 결혼이다. 하지만 후회한다. 차라리 돈 많고 정력 쎈 남자랑 할껄 그랬다. 돈도 없고 정력도 없고 게다가 과묵한 이런 남자...요즘 너무 실증난다.

답답해 미칠지경이다.

돈.돈....

요즘 월급을 꼬박모아서 집을 사려고 고군분투중이라 더욱 내가 비참하고 힘이 든가 보다.

결혼전으로만 돌아갈수 있다면 월마나 좋을까...타임머신을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