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이 이사를 해서 이번 휴가 기간에 다녀왔다.
친정엄마는 몇 년 전에 풍을 앓으셨던 터라 큰 일 하시면 병 또 도지실까봐
물건 정리, 가구 위치 정리 등 해드리고자 차로 7시간 되는 거리를 찾아갔다.
자영업 하는 남편은 가게를 비울 수 없어서 비교적 시간 여유를 낼 수 있는 직업을 가진
나 혼자 다녀온 것이다.
집에서 새벽 일찍 출발해 곧 한 시간 후면 친정집에 도착할 때 즈음 전화가 걸려왔다.
시모셨다.
**(남편)는 옆에서 자고 있냐 하셔서 지금 집이 아니고 친정 가는 중이라 말씀드렸다.
며느리가 몇 개월만에 친정에 가고 있는 건 아무 상관도 없으신 듯,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셨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
3일 전쯤인가 초등학생인 손윗시누 딸, 그러니까 시조카가 방학이라고 시댁에 내려왔다가
오늘(내가 시모로부터 전화 받은 날 ) 서울로 올라가는데 그동안 어쩌면 그리도 무심했냐는
것이다.
나도 전화 받는 와중에 '제 생각이 짧았네요 어머니, 죄송해요'라고 말씀드렸다. 진심이었다.
그리고는 아이가 지금 시동생네 있는데 오늘 갈 거라면서 전화라도 하라며 말 끝내기가 무섭게 끊으시더라.
전화를 끊고 동서한테 전화를 걸으니 아이가 아직 자고 있단다. 그래서 인사를 전하고 끊었다.
''''''''''''''''
그런데.........
두 통화의 전화를 끝내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이건 아니다' 싶었다.
초등학생인 시조카는 시누 집에 놀러가셨던 시부모님을 따라 주중에 내려와 3일 정도 묵다
간 것이다. 주중에 내려온 시조카 소식은 내가 일 하다 잠시 짬을 내 들린 남편의 가게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남편은 시조카가 내려왔다며 아이가 때마침 공연 예정인 무료콘서트에 가고 싶다고 해서 일
하고 있는 틈틈이 콘서트 소식을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아이가 전화를 해와서는 콘서트에 안 간다고 하였고 난 그 전화내용을 옆에서 듣고서야 아이 소식을 안 것이다.
전화를 끊는 남편에게 오랜만에 시조카와 통화 좀 시켜주지 전화를 그냥 끊었냐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요는, 남편과 나는 시조카에게 무심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머님 생각엔 못 미쳤던 거겠지...
다시 어머님과의 통화 내용으로 돌아가자면,
당신이 아들을 잘못 키웠다며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찌 그리 모르냐는 거셨다.
조카가 왔으면 돈 몇 푼이라도 쥐어주던가 먹을 거라도 사줄 것이지 왜 그리 무심하냐는 거셨다. 그러면서 아들이 잘못한 거 맞지만 너라도 옆에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거였다.
흠...
남편이 그런 것에 무심한 사람이라는 것 나도 잘 안다. 주변 사람에게 선물하고 마음 쓰는 거 좋아하는 나로선 남편이 그러한 사람이라는 게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남편이 어찌보면 돈 대신, 선물 대신, 꼭 필요할 때 진심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 후론 '사람이 그런 성향이려니' 하며 이해반, 아쉬움반을 가져왔다.
오히려 그런 남편에게 배운 셈이였다. 면피용의 선물보다 그 사람을 정말 위하는 적재적소의 마음씀씀이가 더 나아보였으니까.
나도 어린이에게 돈을 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조카에겐 그동안 책이나 퍼즐 등등을 선물해왔다.
요즘에서야 내 하는 일이 잘 풀리는 듯 하여 한 시름 놓아볼까,하는 중이지만 작년까지만해도 살림이 어려웠었다.. 그래서 전문직인 시동생네 만큼 시조카에게 해줄 수도 없었다.
때로는 내 요량껏 아이가 정말 좋아할 예쁜 옷이나 시계 등을 보았다가도 남편의 반대에 포기했었고. 형편도 안 되었지만...
목걸이 선물에 페밀리 레스토랑 외식에 풍족하게 대접해주는 시동생네를 시조카가 더 따르고 편해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까?
어린 나이에 고급한 것, 비싼 것을 볼 줄 알고 그것을 원하는 시조카가 나로서는 별로 좋아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방학 때마다 시댁에 내려온 시조카가 시동생네를 찾고 그 집에서 자고 함께 어울리는 걸 그러려니 하며 있었다.
아이가 내려와서 우리에게 안부 전화를 한 적도 없었고.....남편과 내가 그것에 대해 별 생각없어하던.......별다른 생각없이 지내오던 차에, 어머님은 내게 전화하셔서는 아이에게 안부전화라도 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숙모가 시조카에게 전화를?
어머니와 전화를 끊고나서 생각을 해봤다. 순서가 바뀌지 않았나? 아이가 왔으면 삼촌네에 인사전화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사실, 전화를 안 해도 괜찮지만 말이다.
아이가 모르면 그 옆의 '어른'이라도 알려주고 가르쳐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인사예절을 중히 여긴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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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다녀와 남편에게 그당시 상황을 대충 말하니,
뭐가 먼저인지 구분 못 하신다, 일침을 놓더라..
왜냐,
시모는 그렇게 말씀하실 자격이 없으시니까..
얼마 전까지 바람 피시다 몇 천의 빚 지신 거 두 아들들이 해결해드렸었는데,
아직까지 면피용 선물에 신경이나 쓰고 계시니..
사실 나는 안다.
시조카일은 핑계일 뿐이란 걸.
당신의 잘못으로 인해 이제는 더이상 자식들에게 어떠한 훈계도 먹혀들지 않으며
앞으로 부모로서의 입장을 내세울 수도 없다는 것...스스로 채우게 된 그 족쇄를 가장 잘 알고 있으신....어머니.
그러한 상태에게 시조카일은 하나의 작은 분출구였다는 걸.
아들과 며느리에게 쌓인 서운함과 자격지심을 내놓기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