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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하고 나니..


BY 답답 2005-08-18

그렇게도 굴곡많았던 제 15년의 결혼 생활에 엊그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일주일동안 여기저기 함께 떠돌아 다녔다던 어떤 여자에게는 오히려 미안한

마음도 조금 들고...

 

법원에서 만난 전남편은 제가 상상했던거완 달리 깔끔하게 옷도 새로 사입고

너무도 멀쩡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그래 나없이도, 가정등지고도

그렇게 잘살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간간이 이어졌던 전화통화때

들리던 만취상태의 목소리와는 다르게도.

 

어쩌면 그래서 그에대한 인간으로서의 애처로움은 들지 않았기에 이혼이라는

절차를 주저없이 밟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법원에서 판결이 끝난 후 구청에 가서 신고하고 여행을 다녀왔지요.

짧지 않은 세월동안 함께해온 시간중에는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도 있었고,

하지만 훨씬많은, 아니 대부분의 순간들은 고통속에서 내자신이 황폐해져감을

느껴야만 했죠.

 

신혼때부터 느껴야했던 다른 여자들과의 장난섞인 관계들...잦은 유흥업소의

출입, 술을 마시지 않고는 마감할 수 없었던 그의 하루하루들..

 

나는 어떤 상태를 희망하며 버텨왔던 걸까

오늘의 시간들을 원하진 않았을 텐데..

 

아무튼 이번엔 본인의 잘못이 너무도 컸기때문에 용서를 빌 면목도 없었고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거라는 걸 확신하기 때문에 순순히 협의 이혼에 응하

겠다고 한 그의 말을 믿으며 또한 그나마 내 아이들의 아빠가 아주 못되지는

않은 사람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입니다.

 

당분간은 아이들을 만나지 말라고 했죠. 엄마를 너무 힘들게해서 이혼했으며

그냥 아빠는 사무실(집에서 출퇴근하기에는상당히 먼거리라서)에서 지내고

있다고만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게도 감당기 힘들었던 아들(중2)녀석이

어느정도 철도 들고 저와 대화가 잘된다는 거죠.

 

결혼한 후 서너번의 음주운전 사고를 수습하느라 별로 남은 재산도 없지만 그에게는

 단 한푼도 주기가 싫었습니다. 끝까지 저와 아이들을 배신하며 떠나간 그에게

 동정심을 갖지 않기 위해 그동안 속상하게 했던 일들만 떠올리며 앞으로의

제 인생을 설계해 봅니다.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 세상에 던져진 내 아이들...

대부분의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는 충만한 행복을 주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성년이 되기도 전에 겪는 쓰라림을 보듬어 주기 위해서는 제가 열심히          

살아가야겠죠. 이 정도에서 끝냈음을 다행이라 생각할 수 있도록 당당하고

보람되게 살아가겠습니다.

가끔 이곳에 들어와 위안과 용기도 얻어서 돌아가곤 했는데, 글쎄요 두아이를

키우다보면 그랬던 시간을 내기가 좀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흐려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보며 시원스럽게 빗줄기라고 뿌려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러님들의 가정에는 저와같은 갈등이 모두 해소되어 행복만 가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