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내가 결혼한 지 6년이 되어가네...
그때가 얼마전 같은데...
대학 캠퍼스에서 만나서... 나의 첫남자이자 마지막 남자였는데...
길다면 긴4년의 연애기간동안 싸우기도 많이 하고 웃기도 많이 하고... 그렇게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결혼하고 신혼을 즐기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아이가 생겨서 놀라면서도 기뻐했던거 생각나? 임신테스트 해보고 난 심장이 멎는거 같았는데... 자기도 그랬니?
임신 6개월이 되었을때 몸이 아파 병원에 가니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어. 그때 너무 아파서 마약을 맞고도 난 우리아기가 우울할까봐 걱정하고 그랬는데... 자기도 그랬니?
아기가 태어나는 날, 수술장에서 나오는 나의 두손을 잡고 눈물을 굴썽이던 자기의 모습도 생각이 난다.
주말에 쉬는 날이면 마누라하고 아기에게 재미있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매번 어디갈까 고민하던 당신...
내가 살림을 잘 못해도 싫은소리 잘 안하고 이해해주던 당신...
내가 공무원시험 준비한다고 두돌도 안된아기 맡기고 공부할때 말없이 응원해 주던 당신...
2년만에 겨우 합격해서 껴안고 울었던 기억도 있는데...
뜻하지 않은 지방발령 받아 떨어지면서 서울역앞에서 이산가족처럼 눈물짓던 모습도 난 생생한데...
그런데 왜그랬니? 우리의 이 추억들이 다 아무것도 아니었니? 지방생활이 많이 힘들었던거니? 아님 마누라가 지겨워진거니?
왜 .... 날 속였니? 전화요금이 많이 나와도, 전화가 뜸해도 일하느라 바쁘구나 생각했어.
그런데 ... 왜 그랬니? 너에 대한 나의 믿음의 댓가가 겨우 이거야?
하루에도 수십통식 전화를 할만큼 그녀가 좋았니?
지금껏 나한테 그렇게 많은 전화를 한적이 없었는데... 그녀는 그만큼 애절했던거니?
당신은 눈물을 흘리며 잘못했다고 했지만 ... 난 용서가 안되...
내가 어떻게 해야하니? 나도 잊을 수 있다면 잊고 싶어. 머리속에서 깨끗이 지워내고 싶어.... 그런데 어떡하니... 그게 안되...
김광석의 어느 노부부이야기처럼 늙어가길 바랬어. 죽을때 지금껏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랬어.
마지막 부탁이 있어. 제발... 조용히... 떠나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