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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딸이 됐네요.


BY 둘째딸 2005-10-25

시어머니하고의 갈등은 많아도 친정엄마와는 애틋한게 대부분인데...

갑자기 울컥해서 언니한테 전화하려다 서로 좋을게 뭐 있나 싶어 여기다 하소연해봅니다.

 

전 딸둘에 아들하나의 둘째딸입니다. 별로 특징도 없고 평범한(아들 나오기 바랬으나 딸이라 서운했던) 둘째지요. 결혼해서 애기 둘있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언니는 예능을 전공했고, 남동생은 공부를 뛰어나게 잘해서 엄마의 자랑이었습니다. 전 그냥 보통이었지만, 남들이 탄탄한 직장이라고 하는 공직에 몸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둘째 낳고는 육아휴직 중이구요..

 

결혼하면서 엄마옆에 시댁에서 집을 얻어주었고, 그대로 7년째 살고 있는데요. 시댁에선 친정에서 애기 키워주려니 했던것 같습니다. 큰애 낳고 나니 엄마가 팔짝 뛰면서 도저히 못 키워준다고 해서 지방에 있는 시댁에 맡기고 울며 애보러 다녔습니다. 그렇게 5년 살다가 큰애 데려와 놀이방에 맡기며 둘째를 낳았지요. 도저히 떼어놓고 싶지 않아 휴직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엄마랑은 일주일에 한번이상 만나서 외식을 했습니다. 거의 99%는 저희 부담이었죠..엄마는 늘 아프다고 하고 밥하는거 싫어하십니다. 게다가 옷사고 멋부리고 외향적이라 집에 있는 일도 드뭅니다. 그런데, 제가 휴직하면서 경제적으로 빡빡해지니 신랑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시어머니는 오셔도 외식하자고 하면 5000원짜리도 못 사먹게 하는데, 친정엄마는 "후진"데는 질색을 하니까요. 그래서 차선책이 된게 저의 집에서 밥해서 대접하는 거였습니다.

 

30분 거리에 사는 언니는 아이들이 어릴땐 늘 엄마한테 애들 맡기고 프리랜서 하느라 발길이 잦더니, 이제 애들이 앞가림을 하니까 전화도 잘 안 합니다. 운동 다니고 친구 만나고 잘 돌아다니는 것 같더군요..

 

남동생은 서른인데, 박사과정 거의 끝나가는 중이라 매우 바빠서 한달에 한번 얼굴 볼까말까 합니다. 올케 역시 행시 준비한다고 공부한대구요...그 애들은 엄마가 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이런식으로 생활하던중 엄마가 정말루 덜컥 몹쓸병에 걸렸습니다. 다니기엔 불편치 않으나, 엄마는 더더욱 살림에서 손을떼고 청소 및 빨래도 아빠가 거의 다 합니다.

 

그래도 달라진건 없습니다. 대신 엄마아빠는 일주일에 두세번 우리집에 와서 머물면서 점심이나 저녁을 드십니다. 주말에도 대부분 외식을 함께 합니다. 사위가 와도 누워있고 (아무리 편찮으시다지만) 우리 신랑한테 말로는 안하지만 좀 미안합니다. 오늘 간만에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시길래 제가 맘으로 여유가 생겨서 그동안 뜸했던 딸내미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놀게 했습니다. 근데, 자꾸 전화가 오네요. 아빠 안 챙기고 뭐하냐고, 빨리 전화해서 아빠 오시게 하라고. 엄마 없어서 쓸쓸할텐데, 너 뭐하는 거냐고....

 

엊저녁 신랑이 밥먹으며 그러데요. 우리도 한달에 한번쯤 장모님한테 애기 맡기고 음악회 같은데 가면 안 되냐고...속으론 미안하면서도 퉁퉁거렸습니다. 아픈 엄마한테 애들을 봐달라면 어떡하냐고.. 엄마는,,애가 너무 예뻐서 보고싶어서 온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 제가 어디 볼일 있어서 나가도 되냐고 하면 갑자기 힘없다고 하면서 애들은 못봐준다고 합니다. 신랑은 그런거 모릅니다. 저는 그냥 엄마가 병원 가야해서 못 봐준대...그렇게 얘기합니다...저, 2년간 집에 있으면서 제볼일로 나간거 3번정도 되는거 같습니다......나가더라도 국이랑 반찬 밥 해놓고 간식이랑 챙겨놓고 두세시간 나갔다 와야 합니다..... 

 

너무 우울하네요. 대부분의 집들, 저희같은 경우도 시부모가 편찮으시면 거의 며느리 차질텐데, 올케가 저러고 있으니 뭐랄수도 없고... 사실 같은 자식인데, 언니가 야속한 생각이 자꾸 듭니다. 가끔 와서 밥사주고, 상품권 같은거 던져주고 가나보더라구요. 그래서 엄마는 그걸루 옷 사입는다고 저한테 자랑합니다.

 

생각하면 넘 딱하고 안됐지만, 그래서 제가 잘해야 하지만, 다른 형제들 하는 거보고 게다가 엄마 하는 거 보면 제가 사는 보람이 없고 우울합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잘하고 싶은데, 자꾸 짜증만 내게 되구요....

 

나쁜딸이죠? 저도 딸이 있지만, 전 울딸한테 그러지 않을 거 같은데...아닐까요??

여튼 속상합니다. 제가 나쁜딸이라 속상하고, 지금도 아빠 오시래서 저녁 해드려야 하는데, 맘이 이렇게 복잡한 것도 싫고 ...우울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