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부부의 3번째 결혼 기념일이다.
항상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고 남편이랑 가까운 바닷가 음식점에 가서 자축을 하곤 했다.
10월 5일이 내 생일 이었지만 울 어머니 단 한번도 며느리 생일이라고 양발 한짝 아니 전화 한번 해 주신 적이 없다. 연애 기간에도, 당연히 결혼한 이후에도 도합 12년 동안 나에게 생일 용돈을 받아가신 분이 어째서 며느리 생일에 전화 한통 없는 걸까?
그러면서 시누이 남편 생일과 시누이 생일 전날 뭐라도 선물하라고 전화 하시는 분이다.
선물보다는 돈이 최고지 하면서 멀리 있기에 송금하라고 부추기신다.
내가 모자란 사람도 아니고 말씀 안하셔도 명절때랑 생일 심지어 시누이 결혼 기념일에 시누이 애기들 생일까지 챙기는 나다. 그래도 항상 어찌 안 잊고 전화 하신다.
요번에는 정말 서운했다. 친정엄마가 주시는 선물을 받고 눈물이 나더이다. 용돈으로 치면 울 엄마는 딸만 둘인 우리에서 기껏 받아봐야 한달에 삼십만원정도일 것이다. 남편도 없고 수입원도 없는 울 엄마 그래도 그돈 제대로 다 안받고 밥 사주신다. 명절때도, 한달용돈도, 생신일에도 시어머니가 받는 돈의 반도 안 되는 돈을 드리면서 생색는 꼴이란 시집간 딸은 이래서 안되나 보다.
어제 저녁 맞벌이하는 우리 오늘 무슨일을 할까 하며 즐거운 상상을 했다. 조퇴하고 조금 멀리 드라이브 갔다올까 하면서....
웬걸 8시경 시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전라도 어디에 외삼춘 되는 누구가 세상을 버렸다며, 남편을 바꾸라고 한다.
사실 결혼하고 나니 시어머니 친정 행사에 다니기가 바쁘다. 그리고 몰랐던 배다른 시어머니 형제들이 자꾸 생겨나는 것이다. 이제는 누가누구인지도 모를 지경이지만 항상 당당하시다.
남편은 시큰둥하게 얼굴도 모르겠고 시어머니의 배다른 동생의 또 배다른 형제의 외삼춘이란다. (정말 복잡하다)
무조건 시어머니 가까이 사는 형제들을 태우고 오늘 가야한단다,
난 실망한 얼굴로 다녀오라고 했다, 나도 여자인지라 사실 실망스럽지 않은가.
아침에 양복과 속옷과 양말을 챙겨주고 차비와 세차(차가 조금 더러우면 여자가 게을러서 그렇단다)를 꼭 하도록 당부하고 각자 서로의 직장으로 헤어졌다. 아마도 일요일 꽉 채우고 올것이다,
그렇게 가시면 완전히 단풍놀이 가시는 기분을 내신다.
복잡한 가계도라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얼굴만 비치고 와도 큰 무리는 아니지 싶은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좋은게 좋은거라고 하지만 어머니 전화 하셨을때 웃으며 돌아가셨다는 말하시던 그 음성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제 발 어머니 저도 속 좁은 며느리가 되기전에 정신 좀 차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