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까지는 엄마랑 참 친했죠.
딸 셋중에 맏이라 아들대신이라는 그런 생각도 있고, 딸만 낳은 서운함을 드리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거든요.
부모님 뒷받침도 해주시고해서 전문직도 가졌구요.(아직 제대로 시작한게 아니라 벌어놓은 건 없지만요.) 동생들보다는 철들어서 부모님께 살갑게 대해드리려고 노력도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3년전에 주식으로 엄마가 1억을 날렸어요. 노후자금으로 모아뒀던 2억중에 1억을요...
아버지는 아직 모르세요. 돈관리를 그냥 엄마에게 일임해오신데다, 주식하는 걸 아버지가 반대하니까 비밀로 해왔었거든요. 우리들은 알고있었지만, 그냥 재미삼아 몇백 정도 하시는줄 알았는데, 좀 잃고 하다가 순식간에 그렇게 됐다네요? 그때 얘기 나오면 내정신이 아니었다고 하시더군요.
사실, 이것도 속상하지만 있을수 있는 일이죠. 그런데 그뒤에 엄마의 처신들이 저를 더 속상하게 하더군요.
1억 날리고 얼마 안되어서,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그만둬야 할 것 같으니까, 저한테는 일절 한마디 없이, 사위 된지 몇달 안된 제 남편에게 전화해서 1억 대출 잠깐만 해줄수 없냐고 했답니다.
아버지가 은퇴하면서 재산 확인할까봐서요. 아버지께 보여줄때만 돈이 그대로 있는것처럼 하려했나보더군요.아버지가 대쪽같은 성격이라 화나시면 장난아니거든요. 신랑에게 엄마 주식으로 날린 이야기에다 대출 부탁한 이야기 전해들을때 어찌나 기가 차던지...
엄마 말로는 어차피 제가 대출할 능력이 부족할테니 사위에게 바로 말하는게 나을것 같아 했다지만, 착해빠진 우리 신랑 얼마나 당황했을지 지금도 미안하네요.
그 당시에는 엄마가 혹시 다른 마음이라도 먹을까봐 좀 흔들렸는데, 결국 안해드리기로 결정했지요.(여기 아줌마닷컴에서 조언을 받았었지요. 거의 대출해드려고 했었는데, 안해드린게 옳았네요)
어떻게 아직까지 아버지가 확인하지않아서 3년째 모르고 계시네요.
내가 언제 말할거냐고 물으면, 아버지 은퇴하고 좀 쉬었다가, 그 뒤에는 둘째 결혼시키고나서, 그 뒤에는 막내 대학 졸업하면 등등 계속 미루고 또 미루네요.
아버지 은퇴하고 쉬고계시는데다, 돈없는거 뻔히 알아서 제가 친정에 매달 50씩 보내드립니다. 임신전에 모아둔 돈에서요.
저 전문직이지만 지금 육아로 쉬고있고, 신랑도 아직 자리가 잡히지않아 아직 24평 전세에 차도 없이 삽니다. 아버지는 돈보내는거 전혀 모르시구요. 아직 우리가 기반 안 잡혔다고 발목 잡으면 안된다고 하시는 분입니다.
전에 제가 엄마에게, 건강을 위해서 식사는 잘해드시라니까, 그냥 푸성귀로나 반찬해먹다고 하네요. 50이 작은 돈도 아닌데 속상하게 그렇게 얘기하시네요.
아버지가 아직 50대 중반이라 일하시려면 솔직히 구하실수 있을듯도 한데, 돈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시니까 아주 여유를 부리고 쉬고계십니다.(벌써 2년 다되어가네요) 그게 제게는 자꾸 부담이 되구요.
저도 아이낳고 맘편하게 육아기간을 보내고싶고, 둘째는 낳을지 모르겠지만 낳더라도 제손으로 키우고 싶은데 맘이 편치않고 아...주 부담스럽습니다.
얼마전 제주도 여행도 보내드리고(여행을 못다니셨습니다. 두분다 우리를 열심히 키워주셨죠.그래서 마음이 더 복잡합니다) 했는데, 엄마는 또 중국여행 얘기를 꺼내시더군요...그것도 왜 저는 듣기 싫을까요?
아버지가 하지말라던 주식하다가 1억 날리고 3년간 시치미떼시고 사시는게(엄마 당신도 맘은 지옥이겠지만), 처음에는 안쓰럽다가 이제는 뻔뻔하고 무대책으로 느껴집니다.
이제는 제가 일 시작했으면 하시면서, 같이 살기를 은근히 바라시네요. 애 키워주고 살림해준다고요.
신랑은 그냥 제가 키우는게 젤 좋지만, 꼭 일하겠다면 자기는 괜찮다네요. 물론 저는 편하겠지만, 왜그런지 싫어요. 그냥 엄마가 얄미워져요.
자랄때는 성격 괴팍하신 아버지가 싫었는데, 이제는 무대책으로 제게 부담만 주는 엄마가 싫어요.
집값 비싸서 집사는게 힘들다고 하면, 니네 시아버지는 돈도 많으면서 장남한테 집 한채 안사주느냐 하더군요. 순간 허걱~했네요. 그말이 왤케 짜증나던지...그래서 * 서방도 처가 잘 만났으면 벌써 열쇠 서너개 갖고 시작했을거라고 쏴주긴 했지만...착하기만 한줄 알았던 울엄마가 저렇구나 싶어서 갈수록 정이 떨어져요.
어차피 친정부모님 노후는 제가 책임져야 할거라고 생각하구 동생들이 좀 도와준다면 고맙지 하고 생각해왔는데, 저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고 애를 키워야하는 시기인데, 엄마는 자꾸 답답하게 나오구 하니, 마음이 자꾸 삐딱하게 나가요.
게다가 안그래도 철딱서니 없는 막내는 두번째 휴학을 했다고 하네요. 결혼한 둘째부부만 주식일을 알고, 얘는 몰라요. 한해라도 빨리 졸업해야되는데, 한번 휴학이 모자라서 또 휴학을 하네요. 시험 잘 못쳐서 등록금 놓칠까봐 일찍 휴학계 냈다니 고마와해야되나?
마음같아서는 얘한테도 사실들을 말해주고싶은데, 성질더럽고 좀 캐릭터가 특이해서 엄마가 절대 못알리게 야단이거든요. 알면 학교졸업도 안하려고 할지도 모른다나?? 그래서 이제는 얘 졸업하면 아버지에게 얘기하겠다네요. 참...
그냥 이거저거 골치아프고 속상해서 요즘은 친정에 전화 잘 안하고, 잘 받지도 않네요. 애 핑계 대구요.
제가 이해가 되시나요? 저도 좀 성격이 안좋은 편이지만, 그럭저럭 효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아닌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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