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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 포도주로...


BY 허브바람 2006-01-09

여보 !

우리 서로 이렇게 부르지 않지만 오늘은 이렇게 불러 봅니다

한잔의 포도주로 오늘의 시름을 잃어 버리려 했는데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나의 마음은 술에 의지해서도 잠이 들지 않는군요.

지금 당신은 건넌 방에서 아들과, 나는 딸 아이와 우리 방에서 각자 따로 이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저 내가 잠자리 바뀌면 못자서 따뜻한 그 방에서 자지 않는 다고 생각

하겠죠? 정말 그건 아닌데.....  어제부터 정말 휴가 아닌 휴가 기간이란걸 당신도 알텐데

당신의 무심함에 난 휴가 같지도 않은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부모 모시고 살이온지 13년

입니다. 시동생 내외가 모처럼 부모 모시고 3박4일 여행을 갔으면 큰 며느리인 내게는 안식일보다 더큰 기회인데도 벌써 이틀이나 집에서 시부모 계실때와 똑 같은 생활입니다.

당신도 방학이면 내 기분이나 맘을 알텐데... 당신이 알뜰하다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요즘은

많이도 서운합니다. 때론 당신의 알뜰함에 우리 아이들에게 많이도 미안합니다. 저녁때도

난 아이들과 극장에 있는데 당신은 영화비 아낀다고 같이 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영화도 중요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없이 우리 가족만의 오붓함도 갈증나야 하는데 말이죠.

아이들에게 왜 나혼자만 미안해 해야 하는지... 이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부모랑 같이 다니려

하지 않을텐데.... 당신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것 같습니다. 이젠 입이 아파 말하기도 싫습니다.당신은 내가 아이들과 너무 달라 붙어 있어 당신이 들어올 틈이 없다고 하지만 그건

당신의 못난 행동을 합리화 시키기 위한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 같습니다. 오늘밤은 당신이

너무 야속하고 밉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