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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보면 너무 답답하다.


BY 답답녀 2006-02-09

친정엄마만 보면 너무 답답하다.

울엄마 자식에 대해 그리 희생적인 엄마가 아니다.그렇다고 엄마로써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거나 그러진 않았다.다만,나는 나,자식은 자식,그런 마인드가 있었던 사람이다.자식에게 살갑게 대하거나 하는 것도 없었고.그래서 다른 엄마에 비해 자식에게 희생적이지 않은 대신,자식에게 바라는 것도 없는 분이시다.그냥 지들만 잘 살면 된다,이런 식이다.자식에게 어른 대접 받으려 하지도 않고.사생활을 크게 터치 안하고.

그런데,자식들 중 딱 한사람에게만은 예외다.우리 오빠.

이젠 오빠라고 부르기도 아니 언급하기 조차도 싫다.오빠는 어려서부터 엄마의 자랑이었고(머리 좋고 공부도 잘했고 키도 크고 인물도 좋았다),나는 언제나 엄마의 구박덩어리였다.매사 모든게 늦고 성격이 고지식하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엄마는 항상 오빠 편이었고,어려서 오빠가 때려도(엎어놓고 발로 밟은 적도 있음) 니가 얼마나 징징대며 오빠에게 대들었으면 그러겠냐고 오빠를 두둔했다.나는 그때 깨달았다.내 편은 없구나,내가 그냥 찍소리 않고 억울해도 참아내야 내가 그런 소리라도 안 듣는구나.

그래서 다혈질인 오빠에게 가끔 맞았다.엄마는 직장생활을 하셨기에 항상 피곤하셨고,우리를 그다지 자세히 관찰하지는 않았다.오빠가 그럴 때마다 항상 울고 있는 내가 짜증나고 시끄럽게 느껴지셨을 뿐.

겉으로 보기에 모범생인 자랑스러운 아들인 오빠는 언제나 엄마의 두둔 속에 그렇게 자랐다.

그런 오빠가 부모님의 재산을 다 들어먹었다.하지만,엄마는 그것을 욕하는 나를 나무라신다.오빠의 지금 처지가 그렇다고 오빠 무시하지 말라면서.

오빠는 완전 지능범이다.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돈을 꾼다.그것도 돈 많은 사람에게 꾸는게 아니라 사정이 어려운 사람의 적금 같은 걸 주로 노린다.나중에 자기가 못 갚는다,배 째라 하면  오빠에게 약한 엄마가 어려운 사람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사람 돈 안 줄 수가 없어서 주고 주고 했다.그렇지 않으면 빌린 사람한테 또 빌린다.돈 빌려주면 저번 돈까지 한꺼번에 줄 수 있다고 그럴싸한 핑계를 만든다.돈 빌려준 사람 전에 못 받은 돈이 아깝기도 하고 또 설마 또 나를 속이랴 하는 마음으로 돈을 빌려준다.그리고서 오빠는 핸드폰을 끄고 잠적하는거다.나도 이런 식으로 당한게 한두번이 아니다.남편한테 안 들을 소리도 많이 들었다.나 남편한테 엄메 기죽어 하고 산다.

잡아 넣겠다 빗쟁이가 얘기하면 그게 겁나서 엄마는 또 돈을 꿔서라도 준다.

엄마도 너무 화나서 맘에 없는 말 한번 하면,돈 안해주고 뭐라 한다고 오히려 지가 큰 소리친다.

이게 정말 인간인가?

그런 생활이 벌써 5년 정도 된거 같다.이젠 집 한채 달랑 남았는데,얼마전에 일을 터뜨려 그것도 넘어갈 판이다.엄마는 지하 단칸 셋방이라도 들어갈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하고 있는데,친정 아버지가 원하시지 않으니 그게 문제라 했다.

나는 엄마한테 말한다.밑 빠진 독에 물 붓긴데,왜 그걸 해주냐고.그러니 엄마가 그런다.그러면 어쩌냐고 그냥 죽어버리라고도 할 수 없고.

이런 엄마 정말 답답하다.왜 오빠한테는 이렇게 맥 없어지는지 모르겠다.내가 그랬으면 벌써 연을 끊어도 여러번 끊었을텐데...

오빠가 그런 엄마를 이용하는건데,그걸 왜 모르는지...

다른 사람들이 옆에서 그냥 빵에 들어가게 내버려둬라 하면,그 사람들 원망한다.자기 자식 일 아니라고 그렇게 쉽게 말하는거라고.

사회생활 할 만큼 하고 배울만큼 배운 엄마가 왜 이렇게 바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