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5일째 되는 날
선생님께서 상담을 하고 싶다는 전화를 하셨습니다
그날 하교 지도 중 같은 반 아이가 우리 아이를 밀어 넘어 뜨리고
선생님께서 못 보셨는지 제지하지 않으니 때리며 `개새끼,병신.. 등' 심한 욕설을 했답니다
우리 아이가 뒤돌아 서서 그러지 말라고 하느라 줄이 흩으러 지니까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를 꾸중하셨나봐요
아이가 억울한 마음에 상황을 이야기 하는데 선생님께서
다시 한번 우리 아이를 야단치시니 분한 마음에 교문앞에서 그만 크게 울어 버렸다네요
(아이를 데리러 갔던 남편이 하는 말)
다음날
선생님을 찾아뵈니 들어가 앉자 마자 하시는 말씀이
아이가 너무 늦다나요(모자란다는 말씀), 그림도 너무 못 그리고, 등 등 등
혹시 아이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아닌지 알고 싶었다는 둥
그림 잘 그리는 아이가 체육도 잘 하고 체육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둥
그대로 가다가는 절대 따라 잡을 수 없다는 둥
몸으로 하는 것이 너무 모자라다며 그대로 두면 3학년 이후엔
아이들이 싫어해서 외토리가 될 수도 있다는 둥....
여기까지 들으시면 우리 아이 엄청 심각한것 같죠?
하지만 사실은 10월 생이기는 해도 또래에 비해
논리적으로 말 할 줄알며 정확한 의사 표현으로 발표도 잘하고
유치원에서도 힘센 아이가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면 그러면 안된다며 말릴 줄도 알고
(사실 그림은 엄청 못그립니다)
뭔지도 모르고 나갔던 모델 대회에 뽑히기도 하고 생전 처음 하는 패션쇼 무대에서도
침착할 줄 아는 사교적이고 자신감이 있는 아이입니다
단 하나 후회스러운것은
절대 싸우지 말아라
누군가 괴롭히면 분명하게 말로 하고 그래도 안되면 선생님께 중재를 청하라고 가르쳤는데
반격하지 않는 아이는 계속해서 건드린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던 거 하구요
지금 담임 선생님 처럼 아이가 누군가에게 맞아도 선생님께 얘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걸 몰랐다는 겁니다 (아이가 선생님께 그런 얘기는 안했으면
좋겠고 혹시 엄마에게 얘기하면 엄마가 선생님께 말씀해 달라시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자신의 힘으로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잘못인가요?)
입학 후 지금까지 준비물 하나 빠뜨린적 없고
숙제를 잊은 적도 없으며 지각을 한적도 없는 우리아이
5일만에 담임 선생님께 모자라는 아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문제 있는 걸까요?
하교 지도 중 다른 반 친구와 얘기를 하느라 20미터 쯤 대열을 이탈한 적이 있는데
제가 아는 유일한 문제 행동 이었습니다
속으로 화가 났지만 아이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르니
그럼 집에서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니 `글쎄요 그걸 물어보려구요'하구요
우리 아이보다 정도는 심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다면 어떻게
지도 하셨습니까 하니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어서 막 돌아다니던 아이는 빼고 그런 얜
한명도 없었답니다'하시니 ....
설사 아이가 조금 모자라거나 짖궂거나 산만하거나 혹은 이상스럽다 해도
정말 제가 아둔한 아이 엄마라서 눈에 뭐가 씌워 알아채지 못했다해도
입학5일만에 초등 1학년을 맡은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를 평가하는 말치고는
너무 가혹한거 맞죠?
하고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어쨓든 1년동안 아이를 맡겨야하는 엄마 입장에서
아이에게 모자라는 점이 있다면 집에서도 더 열심히 지도 할테니 조금 느린 아이라면
한번쯤 선생님께서 손내밀어 잡아 주십사고 말씀드리니`글쎄요. 저도 힘드네요'합니다
집에 돌아와 지인들과 의논을 하니
대부분의 엄마들은 촌지를 주었어야 한다고 하고
아이 아빠는 반을 바꾸거나 전학을 시켜야 한다고 흥분하고
도움이 되질 않아 답답한 마음에 글 올립니다
경험있는 맘들 조언 좀 부탁드려요
도대체 그림이고 뭐고 잘 할 수있게 배워서 입학시키지 않으면 가르치지 않겠다는 건지
아이가 선생님 생각에 미치지 못하면 포기 하겠다는 건지
교육도 시키지 않고 인성이나 교우 관계도 알아서 교육해 오는
완벽한 어린이를 바라는 학교라면
무엇 때문에 학교를 보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선생님께 촌지를 보내야만 한다면
정말 이민이라도 가고 싶을 만큼 공교육에대한 좌절을 느낍니다
선생님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을 것이니
누군가 건드리면 사납게 대항해 다시는 그럴 꿈도 꾸지 못하게 때려 주라하고
미술에 음악에 국어, 수학, 영어에 학원 순례나 하는 엉터리 유년 시절밖에는
우리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는 걸까요
답답하고 속상하고 앞으로 너무 많이 남아서
너무 걱정스러운 우리 아이의 1학년 시절이 제게 신경성 위염을 안겨 주네요
조언 부탁 드릴께요